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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2층버스는 과연 한국에서 달릴 수 있을까요?

등록 2015-01-09 19:48수정 2015-01-10 09:59

경기도가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2층 버스’가 8일 시험 운행에 앞서 7일 오후 수원 경기개발원에서 사당역까지 시승식을 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경기도가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2층 버스’가 8일 시험 운행에 앞서 7일 오후 수원 경기개발원에서 사당역까지 시승식을 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안녕하세요? 경제부 소속으로 세종시에서 일하는 김규원입니다. 지난 연말, 친절한 기자에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 글을 썼는데, 2주 만에 다시 글을 쓰게 됐습니다. 이 코너가 생긴 뒤 오랫동안 글을 쓸 기회가 없었는데, 한번 쓰고 나니 탄력이 붙나 봅니다.

오늘은 최근 경기도에서 도입하려는 ‘이층버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이층버스는 승객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에 좌석이 충분한 버스를 공급하려는 취지에서 검토되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서울과 주변 지역을 연결하는 광역버스에서 안전을 이유로 입석을 금지한 데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 이층버스 도입은 최근 버스 규격에 따른 국토교통부와 경기도의 이견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운행하는 버스는 그 규격이 명확히 정해져 있습니다. 길이는 13m, 높이는 4m, 너비는 2.5m 이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지난 12월 경기도가 시범 운행했던 영국 알렉산더 데니스 회사의 ‘인바이로500’ 모델은 길이(12.86m)는 충족하지만, 높이(4.15m), 너비(2.55m)는 기준에서 벗어납니다. 이를 두고 국토부는 규칙에 맞는 버스를 도입하라는 입장이고, 경기도는 승객들의 편의를 고려해 4m 규정에 예외를 두자고 맞서는 형국입니다.

국토부는 기존 도로 시설물이 모두 이 자동차 기준에 맞춰 설계됐기 때문에 단지 이층버스를 도입하기 위해 이 규칙을 개정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경기도는 이층버스의 높이를 4m 이하로 할 경우 2층의 높이가 한국 성인 남성의 평균 키보다 작은 1.7m 이하가 돼서 매우 불편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정부가 이 규칙을 개정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고, 경기도가 이 규칙을 받아들이느냐가 이층버스 도입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층버스는 어떤 교통수단일까요? 이층버스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습니다. 무려 173년 전인 1842년에 말이 끄는 소규모의 이층버스가 영국 런던에 처음 달리기 시작했고, 1923년엔 지금처럼 동력을 이용한 이층버스가 역시 런던에서 처음으로 운행됐습니다. 빨간 이층버스는 런던의 상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런던에 이층버스와 지하철이 처음으로 도입된 이유는 런던의 도시계획과 관련이 깊습니다. 런던은 19세기 초에 인구 100만명, 20세기 초에 500만명을 돌파한 당시 세계 최대의 도시였습니다. 그러나 다른 대도시들과 달리 도시 현대화 과정에서 거의 길을 넓히지 않았습니다. 역사적 건물들과 경관, 도시 구조를 바꾸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길을 넓히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실어나르기 위해 영국에서 이층버스와 지하철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층버스의 장점은 무엇보다 좌석이 많다는 것입니다. 일층버스의 경우 보통 좌석이 40석 정도인데, 이층버스는 그 두배인 70~90석입니다. 이층버스는 유지비도 적게 드는데, 연비는 일층버스와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정도이고, 운영비도 일층버스보다 약간 많은 수준입니다. 또 대부분의 이층버스가 저상버스여서 장애인이나 어린이, 노인들이 타고 내리는 것도 편리합니다.

무엇보다 이층버스는 재미있습니다. 이층에 올라가서 바람을 맞으며 도로나 거리 풍경을 바라보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이 즐거움 덕에 전세계의 도시관광(시티투어) 버스 대부분이 이층버스입니다. 도시관광 이층버스 가운데는 지붕이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버스는 바람뿐 아니라 햇볕까지 즐길 수 있습니다. 비가 오면 그대로 맞아야 한다는 문제점도 있지만요.

김규원 경제부 정책금융팀 기자
김규원 경제부 정책금융팀 기자
물론 이층버스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먼저 한 대당 가격이 5억원 안팎으로 일층버스(1억5천만원)의 3배가 넘습니다. 초기에 한국 운송사업자들이 이층버스 도입을 반대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러나 중앙, 광역, 기초 정부들이 공동 투자(매치 펀딩)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 문제는 해결됐습니다. 다른 문제점은 태우는 사람이 2배가량으로 많기 때문에 타고 내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시험 운행한 결과, 1인당 0.22초만 더 걸리는 것으로 나타나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그럼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일층버스 운행 중심의 오랜 교통 관행과 법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층버스나 노면전차와 같은 좋은 교통수단들이 쉽게 도입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 강력한 관행과 법률 때문입니다. 이층버스는 이 관행과 법률을 극복하고 한국에서 달릴 수 있을까요? 아직은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규원 경제부 정책금융팀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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