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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박근혜는 엠비에게 돌을 던질 수 있나

등록 2015-03-20 19:49

지난 13일 저녁 인천시 연수구 포스코건설 사옥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품을 가지고 나오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 13일 저녁 인천시 연수구 포스코건설 사옥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품을 가지고 나오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사필귀정이다, (정준양 회장 재임 5년간은) 그들만의 잔치였다.”

포스코의 전직 고위임원은 검찰의 포스코건설 비자금 수사가 일파만파로 번져가는 것을 지켜보며 장탄식을 한다. 언론에서는 연일 포스코 추가 비리 관련 보도가 쏟아진다.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 고가 인수 의혹이 대표적이다. 포스코가 성진지오텍을 비싼 가격에 사들여 전 대주주에게 수백억원의 자본이득을 안겨준 의혹은 지난 2010년 <한겨레21>이 단독보도했던 내용이다.

그동안 포스코 주변에선 정준양 회장 시절 엠비(이명박) 정부 실세들과의 유착 및 검은 거래 의혹이 무수히 제기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금 제기되는 사안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정 회장 재임 5년 동안 규모가 큰 기업인수만 10건을 넘고, 금액은 7조원에 달한다. 포스코가 이들 중 상당수를 실제 가치보다 비싸게 인수했고, 권력 실세가 뒷돈을 챙겼다는 의혹이 따른다.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국무회의에서 “사회 각 부문에서 켜켜이 쌓여온 고질적 부정부패에 대해 단호한 조처가 필요하다”며 비리청산 의지를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과 집권 후반기 조기 레임덕을 막기 위해 기업 상대로 사정의 칼을 휘두른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엠비 정부 내내 숱한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침묵을 지키다가 정권이 바뀐 뒤 사냥개 역할을 하는 검찰의 모습도 볼썽사납다.

하지만 수사 의도를 이유로, 부정비리를 정당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문제는 포스코 비리를 단절하려면 근본 원인을 치료해야 한다는 점이다. 비리의 중심으로는 정준양 전 회장과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이 지목된다. 하지만 비리의 몸통은 결국 ‘영포라인’을 포함해 엠비 정부 시절 권력 실세들이다. 이들이 포스코를 좌지우지한 열쇠는 인사개입이었다. 2009년 초 정준양 회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엠비의 최측근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이 개입한 것은 이미 공지의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포스코 주변에선 ‘박근혜는 엠비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해 포스코 회장 선임 때도 권력개입 소문이 파다했다. 현 정부로서는 과거와 달리 유착비리는 없지 않냐고 차별성을 강조할지 모른다. 또 권오준 회장은 철강기술전문가 출신으로, 청렴한 이미지가 강하고 비리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면, 과거의 비리는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권 회장은 취임 1년이 지났지만 인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많다. 대신 청와대 문고리 권력과 그 배후세력이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포스코는 정권 교체기마다 최고경영자가 중도에 쫓겨나고, 권력의 입맛에 맞는 인물이 대신 선임됐다. 그러다가 정권이 바뀌면 과거 비리 의혹이 제기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포스코 비리 근절의 근본 처방은 권력의 부당한 인사개입 단절에서 시작해야 한다. 포스코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은 정부가 개입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곽정수 경제부 선임기자
곽정수 경제부 선임기자
필자는 2012년 대선 직전 정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권력의 부당개입을 막으려면 회장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최고경영자 양성 프로그램을 공식화해서 유능하고 검증된 인물이 선임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권력의 입김을 막아줄 독립된 사외이사를 뽑으시라”고 권한 바 있다. 정 회장은 귀담아듣지 않고 2013년 초 연임을 택했다. 하지만 그 결과 중도퇴진에 이어, 비리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최악의 상황을 불렀다.

권오준 회장도 마찬가지다. 3년 임기에 연연하지 말고 권력의 인사개입을 막는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그것이 회사와 본인을 살리는 길이다.

곽정수 경제부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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