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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계획은 그럴싸·집행은 쥐꼬리…대통령도 모르는 30대그룹 투자 실적

등록 2015-04-23 19:43수정 2015-04-24 10:06

현장에서
투자계획 대비 실제 집행 투자액은 30% 남짓
지난해 12월26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방문해 대기업 최고경영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해 12월26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방문해 대기업 최고경영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룹마다 연초에 막대한 투자계획을 발표하지만 실제 집행한 투자액은 30%도 채 안 될 것이다.” 어느 재벌기업의 고위임원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최악의 청년고용’의 한 요인으로 저투자가 작용하고 있음을 설명하다가 꺼낸 말이다. 개별 그룹·기업이 한국 경제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는 그 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법인세 납부액뿐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기업활동의 요체는 시설·설비투자 및 연구개발(R&D) 같은 ‘투자’에 있다. 투자는 생산을 일으키고 그로부터 일자리를 파생시키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해마다 연초에 자산총액 상위 30대 그룹의 국내 총투자(시설·설비 및 연구개발) 계획을 설문조사·공표하고 있다. 지난 3월초엔 “30대 그룹, 올해 총 136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1월에 “향후 4년간 81조원 투자”를 선언했다. 매년 청와대에선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가 회동해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는 연례행사를 벌인다. 그런데 연초의 ‘계획된 투자’ 규모와 실제 집행 실적 사이의 괴리는 어느 정도일까? 최근 전경련 송원근 경제본부장이 “지난해 30대 그룹이 연초 투자계획(118조원) 대비 99% 집행했다”고 말했으나, 그룹들이 그저 “거의 다 집행했다”고 설문 응답한 내용에 기초한 것일 뿐이다.

물론 ‘계획된 투자’와 집행한 실적치가 반드시 일치해야 하는 건 아니다. 국내외 경기 여건이나 기업 사정에 따라 뒤로 미루거나 중도포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투자가 우리 경제의 당면과제인 ‘일자리’의 원천이란 점에서 투자실적치 동향은 중요한 경제지표 중 하나다. ‘30%’ 여부를 따져보기 위해 전경련과 연초에 전국 500개 기업의 투자계획을 임의 표본조사하는 대한상공회의소, 각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회계감사하는 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 쪽에 다각도로 물어본 결과 “실제 집행 비율은 거의 알 도리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례 없는 ‘기업소득환류세제’까지 기획해 투자를 독려하고 있는 기획재정부 당국자도 알 도리가 없는 건 마찬가지다. 전경련 관계자는 “실제 투자집행액이 얼마인지 궁금하다는 기재부 관료의 문의도 있지만, 각 그룹·기업 사업보고서의 재무제표 중 ‘유·무형자산취득’(시설·설비투자) 항목과 연구개발투자비를 들여다봐도 연초 계획 대비 집행 실적의 비율을 뾰족히 분간해내기란 불가능하다”고 털어놓았다.

조계완 기자
조계완 기자
‘신뢰할만한’ 투자집행비율을 가려내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 우선, 국민경제 기여도를 홍보하려는 목적에서 스스로 공표하는 몇몇 사례를 빼면 대다수 기업은 계획으로 세운 투자규모 자체를 비공개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전경련 쪽은 “기업마다 투자계획 공개를 부담스러워한다. 우리(전경련)가 비공개 원칙을 전제로 해 받은 자료”라며 “대통령이 달라 해도 제공할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현대차가 밝힌 투자계획조차도 국내 일자리와는 거의 무관한 해외투자, 인수합병에 불과한 지분투자도 섞여 있다. 삼성전자의 사업보고서엔 공장 짓는 ‘설비투자’로 판명될지 아직은 불확실한 부동산 땅투자도 ‘시설투자’ 계정으로 잡혀 있다. 한국은행이 매년 집계하는 국민계정과 연간물 <기업경영분석>의 투자실적 지표도 ‘업종별’ 종합에 불과해 개별 그룹·기업의 실적을 파악할 순 없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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