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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작년 발표된 투자가 박 대통령 3월 순방 성과?

등록 2015-04-30 19:32수정 2015-05-01 10:11

현장에서
“대통령 중동 순방 전후로 중동지역의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가 급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1분기 외국인 직접투자(FDI) 동향을 지난 29일 발표하면서 이런 설명을 달았다. 숫자를 보면 그럴듯도 하다. 1분기 투자의향서가 접수된 금액(신고 기준)은 35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1분기에 견줘 29.8%나 줄고, 실제 들어온 돈(도착 기준)도 31억5000만달러로 16.4%가 줄었다. 하지만 유독 중동지역에서 들어온 외국인 투자가 크게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중동의 국내 직접투자는 신고 기준으로 2011년 9000만달러, 2012년 5000만달러, 2013년 8000만달러, 2014년 2억3000만달러에 그쳤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기간(3월1~9일)이 포함된 올해 1분기에는 2억1000만달러에 이르렀다. 이전엔 한 해를 통틀어 1억달러를 밑돌 때가 많았는데, 올 1분기에만 지난 한해 전체 투자규모에 가까운 실적을 낸 셈이다.

정말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이 이처럼 엄청난 투자 유치를 성사시킨 것일까? 산업부는 보도자료에서 박 대통령 중동 순방을 전후해 중동의 직접투자가 급증했다며 대표적인 투자 사례 두 가지를 들었다. 에쓰오일의 최대주주 아람코(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가 한진그룹이 보유하던 에쓰오일 지분(18억4000만달러)을 인수한 것과,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인 두바이투자청이 쌍용건설 지분(1억5000만달러)을 인수한 것이다.

하지만 아람코의 에쓰오일 지분 투자는 대통령 순방보다 8개월가량 앞선 지난해 7월에 이미 결정해 발표된 일이다. 이는 신고 기준으로는 이미 지난해 통계에 반영됐다. 실제 돈이 들어온 것은 올해 1분기지만 네덜란드 법인을 경유한 탓에 중동 투자 통계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실적이다. 대통령 중동 순방에 연계된 투자급증 사례의 대표가 되기엔 상당히 무리가 있는 셈이다.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의 쌍용건설 지분 인수는 올해 1분기 중동 실적 2억1000만달러 가운데 1억5000만달러로 70%를 차지하는 만큼 비중이 크기는 하다. 하지만 이 투자는 법원이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던 쌍용건설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두바이투자청을 지난해 12월 선정한 끝에 성사됐다. 투자의향서 신고가 올해 1분기에 이뤄져 1분기 실적으로 잡혔을 뿐이다. 두 달여 뒤에 이뤄진 대통령 중동 순방의 성과라는 설명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질 따름이다.

송경화 기자
송경화 기자
대통령의 ‘비즈니스 외교’는 중요하고, 성과가 뒤따른다면 좋은 일이 분명하다. 그러나 수개월 전 발표된 투자 결정까지 순방의 성과로 포장하는 것은 지나치다. 정부가 경제 주체들에게 정보로 제공하는 통계 보도자료를 내면서 대통령 치적 포장 욕심으로 착시를 유발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날 일부 언론은 산업부 설명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전후해 중동 기업들의 한국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어났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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