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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정부, 경기위축 대책도 뒷북 칠 판

등록 2015-06-14 21:36수정 2015-06-15 01:02

“추경예산 편성 필요” 논란에도
경제부처, 즉답 피한 채 “상황 점검”
정책 실패 책임 등 우려 눈치 보기만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경기 회복세가 정부 예상보다 크게 미약한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지만 정부의 경기 대응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난 11일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전격 단행해 메르스 대응에 나선 한국은행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침체된 소비심리의 불씨를 살리는 데 통화정책 수단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한은과 보조를 맞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함께 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경제부처 고위 관료들은 눈치만 보고 있다.

지난 12일 전직 한은 총재들은 한은이 마련한 내부 행사에서 추경 편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날(11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제 효과를 내려면 정부도 재정지출을 늘려 메르스 사태로 위축된 경기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박승 전 총재는 이날 “경제가 심각한 위기다. 금리 인하로는 한계가 있다. 추경 편성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시장 전문가와 정치권에 이어 전직 한은 총재 그룹까지 추경을 정부에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추경 편성이 필요한지에 대한 물음에 답을 피하고 있다. 경제부처 사령탑은 경기 대응 전략을 짜야 할 시기에 되레 전시행정에 가까운 현장 민심 잡기에 땀을 흘리고 있다. 13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서울 인헌시장에서 상인과 점심을 먹었고,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과 방문규 2차관은 각각 신라·롯데면세점과 청량리 전통시장·동대문구 보건소에 들렀다.

정작 경기 대응 전략에 대해선 열흘 남짓 동안 “상황 점검중”, “판단하기 이르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지난 13일 주형환 기재부 차관은 “메르스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여러 대안을 검토하는 수준”이라고만 말했다. 11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선 “현 단계에서 추경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기재부는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메르스 충격이 아직 경제지표로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놓는다. 기재부 핵심 관계자는 “경기 침체 등 추경 편성의 법적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선 최소한 일주일 더 지표 흐름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열흘 남짓 뒤인 이달 말 발표되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추경 편성 여부 등을 담을 예정이다.

정부는 추경 편성 필요성을 제기할 경우 지게 될 정책 실패 책임 논란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나서기보다는 추경을 편성하라는 여론이 확대되기를 기다리는 모양새다. 지난해의 경우, 세월호 참사(4월) 이후 경기 회복세가 약해져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하지만 정부는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한 추경을 편성하지 않고 재정지출을 줄이는 쪽을 택한 바 있다. 그 결과 4분기(0.3%·전기비) 들어 경기가 급격히 냉각됐다.

올해 성장률도 메르스 사태 이전부터 정부 전망치를 크게 빗나가, 세입 경정을 위한 추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었다. 2015년분 예산안을 짤 때 정부는 올해 6% 성장(경상)을 예상했으나, 이달 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메르스 충격을 반영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3.8%(한국·경상) 성장 전망을 내놨다.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으면 세수 부족은 커지고, 추경을 통해 기존 세입 예산안을 고치지 않으면 재정지출 축소에 따른 추가적인 성장 둔화는 피할 수 없다.

세종/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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