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다목적홀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확산 관련
대국민 사과문 직접 발표
“수습되는 대로 병원 대대적 혁신”
대국민 사과문 직접 발표
“수습되는 대로 병원 대대적 혁신”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사과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다목적홀에서 3분간 읽었다. 사과문을 발표하는 동안 ‘사죄’ ‘참담’ ‘통감’ 등의 단어를 써가며 두번 고개 숙였다. 지난 5월20일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환자 확진 판정이 처음 나온 지 한달여만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에게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쳤다.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이어 “메르스로 인해 유명을 달리한 분들과 유족, 아직 치료 중인 환자, 예기치 않은 격리조치로 불편을 겪은 분들에게 죄송하다”며 “아버지도 1년 넘게 병원에 누워 있다. 환자와 가족들이 겪은 불안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환자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하겠다. 관계 당국과도 긴밀히 협조해 메르스 사태가 이른 시일 안에 완전히 해결되도록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부회장은 또 “참담한 심정이다. 책임을 통감한다.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병원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겠다”며 “감염 질환에 대처하기 위해 예방 활동과 함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기자회견이라는 공식석상에 나선 것은 1991년 12월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처음이다. 삼성 총수 일가의 대국민 사과는 2008년 4월22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 특검으로 회장직을 내놓으면서 사과문을 발표한 지 7년여 만의 일이다. 삼성전자 고위 임원은 “사과 시기를 오랫동안 고민하다 지난 20일 질병대책본부가 진정 국면이라고 발표해 사과 시기를 이번주 초로 정했다”라며 “이 부회장이 직접 사과문 취지를 정했고, 초안을 점검한 뒤 재차 사과문 내용을 정했다”고 말했다. 또 “‘어떤 식의 사과도 지나치지 않겠다’라며 (이 부회장이) 직접 ‘사죄’ ‘참담’ 등의 단어를 택했다”라며 “향후 대책도 삼성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약속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 사과한데 대해 참여연대는 “늦은 감이 있지만, 그동안의 과오를 인정하면서 응급실 환경개선, 읍압병실 확보 등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이 부회장이 국가적 재난을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공식화하는 계기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법 하다”고 논평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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