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29일 밤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일 롯데홀딩스 임원교체 제안할 것”
지난 27일 아버지를 앞세워 경영권 회복을 시도했다 실패한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주주총회에서 승부를 가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신 전 부회장이 29일 입국한 데 이어, 신동주·동빈 형제의 어머니 시게미쓰 하쓰코가 30일 한국에 들어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형제간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입국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의 경제 전문지 <니혼게이자이신문> 30일치에 실린 인터뷰와 이날 저녁 방송된 <한국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임원 교체를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행 하루 전인 지난 26일 작성했다는 롯데홀딩스 임원들에 대한 해임 지시서를 공개했다. 현재 롯데홀딩스의 임원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쓰쿠다 다카유키 대표이사 등 모두 7명으로, 신 총괄회장 부자를 제외한 5명은 28일 이사회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한 바 있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의 의결권은 아버지가 대표인 자산관리회사(광윤사를 말하는 듯)가 33%를 갖고 있다. 내가 2%를 밑돌게 갖고 있다. 32% 이상을 갖고 있는 사주조합을 포함하면 3분의 2가 된다. 동빈씨의 의결권은 롯데홀딩스도 자산관리회사도 나보다 적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의 이런 주장에 대해 “7월15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의 신동빈 회장 대표이사 선임과 28일 이사회에서의 전날 있었던 구두해임(신동주 전 부회장 쪽 발표) 무효 결정은 우호지분이 우세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미 신동빈 회장 쪽이 과반수의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의 임원 해임 지시서에 대해서도 “임원 해임은 지시서가 아니라 주총 결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아무 의미가 없는 문서다”라고 밝혔다.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형제간 표 대결이 펼쳐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신 전 부회장은 주총 개최와 관련해 “가능한 한 빨리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사회에서 결의가 없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내년 1월로 예정된 정기주총 이전에 임시주총을 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롯데그룹은 롯데홀딩스 임시주총에 대해 “임시주총은 현재 롯데홀딩스의 정관 규정에 없는 명예회장직을 신설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외 구체적인 주총 안건과 개최 시기는 롯데홀딩스 이사회 등에서 향후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미 경영권이 확립된 상태이고 남은 것은 신격호 총괄회장을 위한 명예회장직을 신설하는 것뿐이기 때문에 굳이 급하게 임시주총을 열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30일 공개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서명 지시서.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직위해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국방송>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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