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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밀려난 장남은 아버지 업고…자리굳힌 차남은 우호지분 믿고

등록 2015-07-30 21:31수정 2015-08-02 14:30

<b>신동주·동빈 형제 어머니도 입국</b>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두번째 부인이자 신동주·동빈 형제의 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쓰코가 30일 김포국제공항으로 입국해 차량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신동주·동빈 형제 어머니도 입국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두번째 부인이자 신동주·동빈 형제의 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쓰코가 30일 김포국제공항으로 입국해 차량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 ‘형제의 난’ 재구성
롯데그룹의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27일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워 동생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 해임을 시도하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달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형제간 대결의 맥락과 배경을 두고 다양한 의문이 제기됐다. 신 전 부회장은 29일 일본의 경제전문지 <니혼게이자이신문>, 30일 <한국방송>과 잇따라 인터뷰를 하며 처음으로 그간의 사정을 털어놨고, 신동빈 회장 쪽도 즉각 인터뷰에 대한 반박을 내놨다. 양쪽의 주장과 반박으로 사건의 내막이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 밀려난 장남 신동주

오랫동안 롯데의 후계 구도는 암묵적으로 일본은 장남 신동주, 한국은 차남 신동빈이 맡는 걸로 정리된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장남은 그동안 한국 롯데의 경영에서 역할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차남도 일본 롯데 경영에 간섭하지는 않았다.

이런 역할분담에 확실한 변화가 생긴 것은 올해 초다. 1월8일 일본 롯데홀딩스는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신동주 부회장을 전격 해임했다. 그는 사흘 전 롯데상사 사장에서도 해임됐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밀려난 이유가 경영 실적 때문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양쪽 모두 동의한다.

장남은 실적 부진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해임 이유는 동생과 그의 측근들이 아버지에게 왜곡된 정보를 전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신 전 부회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내가 추진해온 투자 안건이 예산을 초과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게 (해임) 이유다. 손해는 수억엔 정도였는데, 동빈씨와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인)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등이 왜곡한 정보를 아버지에게 전해 영구추방에 가까운 상태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신동주 담당 일본쪽 실적부진 발단
대립하던 쓰쿠다 대표 “양자택일”
잘린 신동주 “그게 아니다” 읍소
아버지가 마음 바꿔 “일본임원 해임”

일본 월간지 <사이조>가 운영하는 뉴스사이트 <비즈니스 저널>은 4월14일치 기사에서 “형제간 불화설이 퍼졌지만, 진상은 달랐다. 신동주 부회장과 대립한 것은 쓰쿠다 다카유키 대표이사 사장이었다”며 “쓰쿠다 사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나를 자르든 신동주 부회장을 자르든 결정해달라’고 말했다”고 일본 ‘롯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스미토모은행 전무, 로얄호텔 사장을 지낸 쓰쿠다 사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요청으로 2009년 롯데홀딩스의 사장으로 영입된 사람이다. 신 전 부회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은행 출신 인사’를 거론하면서, ‘투자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 마음 바꾼 아버지 신격호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다시 내치려고 한 과정에 대한 신동주 전 부회장의 설명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그는 “(신격호) 회장은 한번 마음을 먹으면 더는 말이 먹히지 않는 성격이라, 쓰쿠다 사장 등이 (나의 경영 실책에 대해) 말한 것이 정확하지 않다고 설명하느라 힘들었다. 1주일에 한두차례는 만나서 설명했다. 귀도 기울이지 않는 상태였는데, 마침내 5월 연휴 직후 무렵부터 ‘실은 이렇게 된 것이다’라며 내 말을 들어주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한 임원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올해 초부터 예년에 비해 한국을 자주 방문하고 오래 머물면서 계속 총괄회장을 만나려고 시도하고 읍소를 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신 전 부회장은 동생이 아버지를 무시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벌어졌고, 지난 27일 일본행은 신 총괄회장 본인의 뜻이었다고 강조한다. 그는 “쓰쿠다 사장이 공적이 있는 임원들을 최근 1년 사이 9명이나 그만두게 한 것에 대해 아버지가 화가 나서 7월3일에 직접 해임을 지시했다. 하지만 다음주 쓰쿠다씨는 평소대로 출근했다. 동빈씨도 중국 사업을 시작으로 한국 롯데의 실적을 아버지에게 확실히 보고하지 않고 있었다. 동빈씨가 한·일 양쪽의 경영을 맡고 있다고 신문에 보도됐으나, 아버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18일 동빈씨에 대해 일본 롯데그룹 임원 해임을 지시했다. 하지만 동빈씨는 아버지에게 얼굴도 보이지 않았고 그만두지도 않았다. 아버지는 무시당한 것에 화가 나서 ‘내가 직접 가서 말하겠다’고 하고 (27일) 일본에 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방송> 인터뷰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이 서명한 임원 해임 지시서도 공개했다. 일본행 하루 전인 26일 작성됐다는 지시서에는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6명의 임원을 직위해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다른 서류에는 신동주 전 부회장 등 4명을 사장과 임원으로 임명하라는 내용이 신 총괄회장의 서명과 함께 담겼다.

롯데사태 흐름도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 홀로서기 꾀하는 차남 신동빈

신격호 총괄회장이 27일 자신을 제외한 모든 임원의 해임을 지시했으나, 이튿날 롯데홀딩스 이사회가 오히려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했다. 이는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과감한 홀로서기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아버지 지시를 신동빈이 무시하자
신격호 직접 일본에 가 ‘구두 해임’
신동빈은 절차밟아 이사회 장악
지주사 롯데홀딩스 주총 격돌 예상

그는 29일 그룹 임직원에게 보낸 글에서 “롯데그룹은 제 아버지이시자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님이 ‘기업보국’이라는 기치 아래, 폐허가 된 조국에 꿈과 희망을 심겠다는 큰 뜻을 품고 키워온 그룹입니다. 저 역시도 이러한 아버님의 뜻에 따라,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고 공동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업 활동을 펼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라고 적었다.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강조하면서도 아버지를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한 것은 신 총괄회장이 현재 정상적인 판단력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게 롯데그룹 쪽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아버지가) 1년 반 전에 골절로 수술을 받았다. 한때 휠체어를 탔지만 지팡이를 짚으면 걸을 수 있다. 경영자로서 판단능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를 자른 뒤 동빈씨도 ‘회장의 판단이다’라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 모두 (아버지의) 판단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의 홀로서기 시도는 현 롯데홀딩스 이사들의 지지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보인다. 28일 이사회에는 7명의 이사 가운데 신격호 총괄회장만 불참했다. 신 회장은 기권했으나, 나머지 이사 5명 모두가 신 총괄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에 찬성했다.

■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전망은?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열어 동생을 비롯한 현재 임원들을 해임하겠다고 한다. 신동빈 회장 쪽은 이미 이사회를 통해 해임된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으로 주주총회를 열어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양쪽 모두 상대방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의 의결권은 아버지가 대표인 자산관리회사(광윤사를 말하는 듯)가 33%를 갖고 있다. 내가 2%를 밑돌게 갖고 있다. 32% 이상을 갖고 있는 사주조합을 포함하면 3분의 2가 된다”고 말했다. 이들이 자신을 지지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반면 롯데그룹은 “7월15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신동빈 회장을 대표이사에 선임한 일이나, 28일 이사회에서 전날 있었던 구두해임(신동주 전 부회장 쪽 발표)을 무효화한 결정은 우호지분이 우세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롯데홀딩스의 주주 구성은 공개돼 있지 않으나, 많은 개인주주와 기업이 투자금을 모아 설립한 까닭에 확실한 지배주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는 실제 주총을 열어봐야 판결나겠지만, 형제가 표대결을 벌이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한 재벌그룹의 고위 임원은 “주식 수로 싸우면 양쪽 다 상처를 입고 회사도 흔들릴 것이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 쪽 사업에 대한 미련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안다. 다만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의 주식을 갖고 있는 게 신 회장 입장에서는 리스크다. 신 회장이 일정 부분 대가를 주고 일본과 한국의 주식을 교환하고 다툼을 끝내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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