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신동빈 한국롯데 회장
형제간 경영권 분쟁 와중에 일본에 머물고 있던 신동빈 롯데 회장이 3일 귀국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힌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신 회장 등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의 해임을 구두로 지시한 지 꼭 일주일 만에 귀국하는 신 회장이 어떤 구상을 밝힐지 주목된다. 반면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은 일본으로 가, 주주총회 표 대결을 위한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롯데그룹 임원은 2일 “아직 입국 시각까지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3일 귀국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들어오시면 당연히 공항에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안다”며 “상대방(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말했다. 롯데 쪽은 신 회장이 낮에 공항에 도착하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지난달 31일 조부 제사가 있었음에도 귀국하지 않은 채 그동안 일본에 머물러왔다.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 결의한 정관 변경 주주총회를 위해 필요한 사전작업을 준비했다는 분석이 많다. 롯데 쪽은 일본 롯데홀딩스가 주주총회 소집 통보를 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여러 경로로 확인해봤지만 안내장 발송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으로 가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설 뜻을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이날 <에스비에스>(SBS)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3일 일본으로 출국한 후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해 광윤사 등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롯데홀딩스 최대 주주는 광윤사, 그다음이 우리사주로 두 개를 합하면 절반이 넘는다. 우리사주 찬성이 있으면 지금의 이사진을 모두 바꿀 수 있다”며 “주주총회에서 승리할 경우 나를 따르다 해임된 이사진을 복귀시키고 신격호 총괄회장을 다시 대표이사로 돌려놓겠다”고 말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이날 신동주 전 부회장 쪽을 통해 <한국방송>(KBS)에 넘긴 영상에서 “둘째 아들 신동빈을 한국 롯데 회장과 롯데홀딩스 대표로 임명한 적이 없다”며 “70년간 롯데그룹을 키워온 아버지를 배제하려는 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용서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영상 공개는 신 총괄회장이 장남을 지지하고 있다는 뜻을 좀더 분명히 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쪽이 타협의 길을 열지 못함에 따라 분쟁은 결국 주주총회 위임장 대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주주총회가 열리고 사태가 일단 수습되더라도 형제간 갈등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이번 분쟁이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를 나눠 경영할 수 있는 쪽으로 기업 지배구조 정비가 이뤄지지 않아 촉발된 만큼, 소유·지배구조가 정비되기 전에는 완전히 마무리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는 모두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 아래 있어, 현재로서는 양쪽 모두 롯데홀딩스 경영권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처지다.
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오래 다뤄온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롯데는 매우 복잡한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고 계열사 관계를 간명화해야 하고, 총수 일가의 지분관계를 정비해야 한다”며 “형제간 지분이 비슷해 어느 한쪽이 일방적인 승리를 할 수 없는 구조에서 함께 망하는 길을 걷기보다는 계열 분리에서 해법을 찾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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