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격호 총괄회장이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 쪽에서 2일 녹화한 동영상에서 차남 신동빈 롯데 회장을 비판하고 있다. 에스비에스(SBS) 화면 갈무리
이사 선임·해임 등 주총의결 사안
주식상속 언급 안해 의미 없어
신동빈쪽 “언론 플레이” 일축
신동주, 주총 표대결 승리 자신
아버지 뜻 알려 ‘주주 견인’ 기대감
주식상속 언급 안해 의미 없어
신동빈쪽 “언론 플레이” 일축
신동주, 주총 표대결 승리 자신
아버지 뜻 알려 ‘주주 견인’ 기대감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오른 신동빈 회장을 겨냥해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의 공격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형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이 서명한 문서와 육성 녹음파일까지 내놨지만, 동생은 법적으로 아무 효력이 없는 것들이라며 꿈쩍도 않고 있다. 주주총회를 통한 뒤집기를 선언하고, 아버지의 뜻이 자신에게 있음을 드러내는 데 주력해온 형이 주주들의 마음을 얼마나 샀을지 주목되고 있다.
형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아버지를 앞세워 일본 롯데홀딩스 사무실에 나타나 동생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임원 6명의 해임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한국방송>을 통해 동생을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의 서명 또는 도장이 담긴 3종의 문서를 공개했다.
첫번째 문서는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6명을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에서 해임한다는 내용의 지시서였고, 두번째 문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 등을 롯데홀딩스 임원으로 임명한다는 내용의 지시서였다. 지난 1월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 이사직을 박탈당하고 지난달 15일 신동빈 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것을 모두 되돌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두 문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사의 선임이나 해임은 모두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야 할 사안인 까닭이다. 기업 간 사안에 밝은 한 미국 변호사는 “주주들이 결정해야 할 사항을 대표이사 마음대로 처리할 수는 없다. 롯데홀딩스의 정관이 어떻게 돼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본 상법상 이사 해임 및 임명을 신 총괄회장의 지시서로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이 공개한 세번째 문서는 더욱 의아스럽다. 서툰 한글 손글씨로 작성된 이 문서의 제목은 ‘회장 임명’인데, “장남인 신동주를 한국 롯데그룹의 회장으로 임명”하고, “차남인 신동빈을 롯데그룹의 후계자로 승인한 사실이 없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남을 후계자로 지목해 회장으로 임명하고자 한다면 자신이 갖고 있는 주식을 장남에게 상속하는 등의 행위가 전제되어야 할 테지만, 이 문서에는 상속 문제 등은 언급되지도 않았다. 왕이 후계자를 지목할 때에나 의미가 있을 법한 내용의 문서이지 기업 경영권 승계를 이런 형식으로 뒷받침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상법의 기본원리조차도 인식하지 못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신 전 회장이 아버지와 자신이 나눈 대화를 녹음해 공개하고, 아버지가 집무실에서 ‘신동빈을 회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는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한 것도 마찬가지다. 고령으로 판단능력이 떨어진 아버지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맞서 아버지의 사고능력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 쪽은 “건강이 좋지 않은 총괄회장을 신동주 전 부회장 쪽이 이용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안타깝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롯데 계열사의 한 임원은 “장남이 실질적으로 의미있는 문서가 없으니까 지금 언론플레이에 몰두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 녹음파일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이 ‘그래도 가만히 있을 거냐’고 묻던데 신 전 부회장의 답변은 없더라. 실제로 신 전 부회장 입장에서는 답이 없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법적 효력은 없어도, 아버지의 뜻이 분명하게 드러나면 주주들이 자신의 편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 전 부회장은 3일 일본으로 돌아가 지난 27일 시도했다가 무산된 롯데홀딩스 임원 해임을 주주총회를 열어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주총 표 대결에서 승리를 자신하고 있기는 양쪽 모두 마찬가지다. 롯데홀딩스가 주총을 소집하지 않으면 신 전 부회장은 주주들을 모아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요구하고, 위임장 대결에서 이겨 뜻을 관철시킬 길이 아직 열려 있다.
일본에 머물고 있는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29일 롯데그룹 임직원들에게 동요하지 말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 외에는 이번 사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룹 홍보실 쪽은 “신 회장이 3일 귀국하면서 공항에서 입장 발표를 할 것이다.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지난달 31일 (KBS)을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서라며 ‘신동빈 한국롯데 회장 해임’ 등의 내용이 담긴 문서를 공개했다. 한국방송(KBS)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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