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일 오쓰카가구 ‘부녀 충돌’에 ‘롯데 형제의 난’ 얼개 보인다

등록 2015-08-02 19:42수정 2015-08-03 10:24

아버지가 사장으로 발탁한 딸
중저가 전략 갈등 빚다 해임
결국 주총서 딸 승리해 복귀
자산관리회사 지분 놓고 소송중
오쓰카가구의 창업자인 오쓰카 가쓰히사(71·왼쪽) 전 회장과 그의 장녀인 오쓰카 구미코 오쓰카가구 사장.  연합뉴스
오쓰카가구의 창업자인 오쓰카 가쓰히사(71·왼쪽) 전 회장과 그의 장녀인 오쓰카 구미코 오쓰카가구 사장. 연합뉴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 대표이사 회장인 아버지와, 몇해 전 아버지에 의해 사장으로 발탁됐다가 밀려난 딸이 회사 경영권을 놓고 정면으로 맞붙었다. 지난 3월 일본 가구업체인 오쓰카가구의 주주총회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롯데가의 분쟁과 매우 닮은꼴인 이 회사의 부녀 전쟁은 절대주주가 없는 일본 회사의 경영권 분쟁이 어떤 과정을 밟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오쓰카 가쓰히사(72)는 1969년 직원 24명의 가구회사를 출범시켰다. 그 뒤 일본 전역에 대형 매장을 운영하는 고급 가구 회사로 성장시켰다. 2003년 매출은 730억엔에 이르렀다. 가구 시장이 변해 가면서 오쓰카의 성장도 한계에 부닥쳐 매출은 감소해 갔다.

가쓰히사 회장은 2009년 장남을 제쳐두고 딸 구미코(47)를 사장으로 발탁했다. 딸은 사장에 오르자 그동안 아버지가 고수해왔던 고가 가구 중심의 사업구조를 개편하기 시작했다. 구미코는 “이케아 등 대형 외국 중저가 브랜드에 대항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 등을 활성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딸은 고가 가구의 품목을 줄이고 중저가 브랜드 가구를 도입했다.

가쓰히사 회장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문 직원들의 특화된 안내 서비스를 통해 고품질 가구를 공급해온 것이 회사 성장의 배경”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부녀는 지난해 7월 정면충돌했고, 사임을 요구하는 아버지에 맞서 딸은 ‘차라리 해임하라’고 맞서 결국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런 딸이 회사 이사들의 지지를 얻고 다시 돌아왔다. 3월27일 주주총회에서 회사는 이사 7명 가운데 4명의 찬성으로, 구미코 등 10명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을 주총에 냈다. 18%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 가쓰히사 회장은 구미코를 퇴진시키고 장남(가쓰유키)을 후임으로 하자는 내용의 주주 제안을 냈다. 가쓰히사는 주주 앞에서 딸이 ‘쿠데타’를 일으켰다며 “나는 아직도 10년, 20년 더 할 수 있다. 이번에는 후계자를 잘못 선택하지 않고 좋은 회사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장남은 2.8%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지분 2%를 가진 가쓰히사 회장의 부인도 주총에서 회장을 지지해줄 것을 직접 호소하는 발언을 했다.

3시간10분간 이어진 주주총회는 결국 표대결로 결판이 났다. 개표 결과 딸 구미코 지지가 61%, 창업자 회장 지지가 36%였다. 오쓰카 가문의 주식을 뺀 나머지 주식의 80% 이상이 딸을 지지했다. 확실한 지배주주가 없는 상황에서, 누가 더 주주 이익을 잘 챙길 것이냐로 승부가 난 셈이다. 가쓰히사 회장은 물러났다. 구미코 사장은 7월 들어 22년 만에 새 브랜드 로고와 슬로건을 발표하고, 전 점포의 구조를 ‘손님이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상담할 수 있게’ 재정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부녀간 경영권 분쟁도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오쓰카 가문의 자산관리회사인 기쿄기획이 갖고 있는 7% 지분이 누구 것이냐를 놓고 도쿄지방법원에 소송이 계류돼 있다. 가쓰회사 회장은 자신이 넘긴 주식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고, 딸 쪽은 반환 필요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주총에서 딸을 지지했던 7%의 지분을 가쓰회사 회장이 확보하고, 딸의 경영성적이 나쁠 경우 위임장 대결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유신재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단독] 밑지고 파는 나라 땅 급증…‘세수펑크’ 때우기용인가 1.

[단독] 밑지고 파는 나라 땅 급증…‘세수펑크’ 때우기용인가

한은 ‘엔캐리 자금 2천억달러 청산 가능성’…글로벌 금융시장 폭탄되나 2.

한은 ‘엔캐리 자금 2천억달러 청산 가능성’…글로벌 금융시장 폭탄되나

결국, 정부가 중국산 배추 들여온다…역대 다섯번째 3.

결국, 정부가 중국산 배추 들여온다…역대 다섯번째

“아파트도 못 사는 로또 1등 당첨금, 올려야 할까요?” 4.

“아파트도 못 사는 로또 1등 당첨금, 올려야 할까요?”

‘마지막 분양전환’ 위례 임대아파트…가격 놓고 입주민-부영 갈등 5.

‘마지막 분양전환’ 위례 임대아파트…가격 놓고 입주민-부영 갈등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