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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카랑카랑 카리스마…롯데도 ‘창업자 딜레마’

등록 2015-08-03 19:45수정 2015-08-04 10:31

‘현업’ 재벌 1세대 롯데·동부뿐
기억력 감퇴 등 경영능력 의심
경영 보수화로 성장에 장애도
카리스마 있어 조언도 어려워
“초창기 성장에 큰 역할 하지만
성장 뒤 부정적 역할 할 수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지난 2일 일부 방송사에 제공한 동영상에서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한국롯데 회장·한국롯데홀딩스 대표로 인정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롯데사보 2011년 3월호 2면을 보면 ‘2월10일 신격호 회장이 총괄회장을 맡고 신동빈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2011년 정기임원 인사를 단행했다’고 나와있다. 롯데사보 연합뉴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지난 2일 일부 방송사에 제공한 동영상에서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한국롯데 회장·한국롯데홀딩스 대표로 인정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롯데사보 2011년 3월호 2면을 보면 ‘2월10일 신격호 회장이 총괄회장을 맡고 신동빈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2011년 정기임원 인사를 단행했다’고 나와있다. 롯데사보 연합뉴스
신격호(93) 총괄회장이 장남 신동주(61) 전 부회장 쪽이 촬영한 동영상에서 차남 신동빈(60) 회장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형제간 갈등을 넘어 부자간 갈등이란 뒷모습이 드러났다. 이를 두고 롯데그룹이 창업자가 오래 경영에 남아 기업에 곤란을 안기는 ‘창업자 딜레마’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 총괄회장은 일본에서 1948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1967년 롯데제과를 세워 국내에서도 사업을 시작했다. 1970년 롯데알미늄, 1974년 롯데산업과 롯데상사를, 1979년에는 호텔롯데를 완공해 1980년 재계 13위로까지 성장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대우, 쌍용 등이 없어져 2007년 6위에 올랐고, 현재는 재계 5위다. 신 총괄회장은 창업 65년이 지난 지금도 현역으로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재계에 신 총괄회장처럼 창업 이후 줄곧 경영에 참여하는 이는 동부그룹 김준기(71) 회장이 유일하다. 롯데가 1980년 매출 5700억원에서 2007년 31조원으로 성장한 것처럼 동부그룹 역시 같은 기간 2000억원에서 12조원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지난해 10월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오늘 채권단과 동부제철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서를 체결하고, 동부제철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려고 한다. 앞으로 전개될 동부제철의 미래는 이제 여러분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밝힌 것처럼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신 총괄회장 역시 최근 공개된 동영상에서 차남 신동빈 회장의 회장 취임이 4년 전인 2011년 이뤄진 일임에도 최근 일어난 것처럼 발언하는 등 기억력 쇠퇴 등으로 판단 능력을 의심받는 상황이다. 롯데그룹의 한 임원은 “과거 신 총괄회장에게 하루에 오전, 오후 두차례 보고가 있었지만 하루 1회로 줄어든 것도 신 총괄회장이 보고 도중 자주 졸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가 성장해 안정기에 접어들고 창업자가 고령의 나이에 접어들거나 경영이 보수화되면서 오히려 회사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것을 ‘창업자 딜레마’라고 한다. 창업자에게는 문제가 있어도 누가 적절한 조언을 하기가 어렵다. 4대 그룹의 한 홍보임원은 “창업 회장의 위상은 어릴 적 모습이 공개된 2·3세 후계자와 다르다”며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져 다른 임원들이 조언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국내 주요 재벌의 창업자들이 영향력을 끝까지 유지하려고 해 회사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해외 연구를 보면 창업자가 갑자기 유고 상태가 될 때 해당 기업의 주가가 오히려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그만큼 창업자가 초창기 회사 성장에 큰 역할을 하지만 회사가 크게 성장한 이후에는 부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창업자 딜레마가 외국보다 국내 기업에서 더 두드러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승연 명지대 교수(경영학)는 독일 기업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독일 정밀기계업체인 이더블유에스(EWS)의 경우 1960년 창업해 창업자 게르하르트 바이겔 회장은 2005년 은퇴한 이후 경영에는 조언자 역할만 할 뿐 아들이 물려받아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원 교수는 “20~30년 동안 창업자가 경영활동에 참여해 시대 흐름을 잘 따라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외국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창업자가 적절한 시기에 은퇴하고 후계자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전통이 약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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