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다툼이 격화되고 있는 롯데그룹.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을지로 롯데호텔 .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금감원, 뒤늦게 공시의무 위반 검토…“보완” 통보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인 호텔롯데와 롯데알미늄의 최대주주는 일본 법인인 롯데홀딩스와 엘(L)제2투자회사다. 베일에 가려 있는 이들 일본 법인의 최대주주 등을 롯데의 두 계열사가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시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롯데가 사업보고서에서 이를 밝히지 않았음에도, 그동안 아무런 조처를 취해오지 않다가 뒤늦게 공시 위반 여부를 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5일 <한겨레>가 금융감독원의 기업공시 서식기준을 확인해보니, 공시서류를 작성할 때 ‘최대주주의 주요 경력’(최대주주가 법인인 경우에는 법인의 개요)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법인의 개요’는 “최대주주 및 그 지분율, 대표자, 재무 현황, 사업 현황 등 회사 경영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호텔롯데가 지난 3월말 공시한 사업보고서(2014년 12월말 기준)를 보면,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19.07%를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스’로 나와 있지만,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누구인지, 대표자는 누구인지 등에 대한 내용은 나와 있지 않다. 최대주주인 롯데홀딩스의 일본 주소와 간략한 회사소개, 계열사 현황, 재무현황 등만 기재돼 있다.
같은 시기에 공시된 롯데알미늄의 사업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최대주주는 34.92%의 지분을 가진 ‘주식회사 L제2투자회사’라고 돼 있으나, 역시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얼마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지 등에 대한 내용은 제외돼 있다. 이와 달리 다른 롯데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사업보고서에서 법인 최대주주인 ‘롯데물산’의 최대주주를 밝혀 공시기준을 지키고 있다.
금감원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 기업공시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복수의 금감원 기업공시업무 담당자는 “수천개의 공시 자료를 봐야 하기 때문에 일일이 위반 여부를 그때그때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호텔롯데 등의 공시에 기재사항 누락이 있었다는 사실을 최근에 발견했다. 투자자 의사결정에 있어 중요 사항을 누락한 것인지를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날 호텔롯데 등에 공시 기재누락 사항을 통보했다. 장준경 금감원 기업공시국장은 “롯데홀딩스와 L제2투자회사의 대표자가 기재되지 않아 해당 계열사에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며 “공시위반이라고 해서 모두 제재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중요사항 기재누락으로 판단이 내려질 경우,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감원은 호텔롯데 등이 누락한 내용을 (최대주주인 법인의) ‘대표자’만으로 보고 있다고 밝혀 논란을 예고했다. 장준경 국장은 “(기재사항으로 열거된) ‘최대주주 및 그 지분율’은 공시 기업(호텔롯데)의 최대주주(롯데홀딩스)를 거듭 확인하라는 것이지,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가 누구인지를 밝히라는 것은 아니다”고 해석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자본시장법상 기업공시 취지에 따르면, 최대주주가 법인인 경우 그 법인의 최대주주에 대한 사항은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중요 정보에 해당한다. 따라서 롯데 계열사들이 부실공시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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