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왼쪽)이 6일 오후 국회에서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 롯데그룹 등 재벌 소유구조 관련 당정회의를 하기에 앞서 인사를 나눈 뒤 손짓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롯데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재벌정책의 적용범위를 국내 계열사에서 해외 계열사까지 확대하는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6일 당정협의를 열고 재벌의 해외 계열사에 대한 정보공개 확대를 위해 법개정 추진을 검토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에 앞서 광윤사, 일본롯데홀딩스의 소유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자료 제출을 롯데에 요청했다. 롯데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이들 회사의 구체적인 소유 실태가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5일 재벌에 대한 상호출자 규제를 해외 계열사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해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재벌)에 대해서는 계열사간 상호출자 제한, 신규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 행위제한, 총수 일가 사익편취(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 금지 등의 규제를 시행중인데, 법 적용 대상은 국내 계열사로 한정돼 있다. 이로 인해 재벌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논란이 진작부터 있었다.
두산은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뒤 보유 중인 두산캐피탈, 비앤지증권 등 금융계열사에 대한 출자관계를 해소하지 못하자, 2013년 5월 두산계열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해외 계열사로 지분을 이전시키는 방법으로 제재를 피했다. 또 현대는 국내 계열사의 4개의 순환출자 고리 외에 현대상선의 6개 해외 계열사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9%를 보유함으로써 더 많은 순환출자 고리가 있는데도 같은 이유로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다.
공정위는 롯데 사태 이전까지는 해외 계열사까지 직접 규제하는 것에 부정적 태도를 보여왔다. 해외 계열사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더라도 규제의 실효성이 확보되기 어렵고, 자칫 해당 국가와의 관할권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공정위 간부는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을 해외 계열사로 확대하려면 계열사 현황은 물론 상호출자, 순환출자, 내부거래 현황까지 모두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재벌들이 이를 제대로 공시(신고)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재벌정책의 목적이 국내시장에서의 경제력 집중 억제라는 점에서, 해외 계열사까지 규제하는 것은 법 취지에 안 맞는다는 주장도 있다.
공정위의 고위간부는 당정협의와 관련해 “동일인(재벌 총수)이 해외 계열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국내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기 때문에, 동일인에게 해외 계열사의 주주현황과 출자현황 등에 대한 공시의무를 부여하자는 것”이라며 “법 적용 대상을 해외 계열사까지 전면 확대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공정위는 해외 계열사 공시의 실효성을 어떻게 확보할지는 계속 연구하기로 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광윤사와 일본롯데홀딩스의 주주에 진짜 일본인이나 일본법인이 포함돼 있을 경우 공정위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국제분쟁을 유발할 수 있다”며 “공정거래법 규제만으로 접근하면 재벌개혁은 실패할 수 있다. 전자투표제·집중투표제·다중대표소송·집단소송 등과 같은 주주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상법개정과 국민연금 등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의무화 등이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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