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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국민연금, 롯데 주주권 행사하면 홀딩스·L투자사 실체 파악 가능”

등록 2015-08-07 19:34수정 2015-08-07 22:11

롯데칠성 지분 12% 등 주요주주
경영권 분쟁으로 투자손실 가시화
운용자산 가치 보존 의무 다하려면
그룹 지배구조 공개 등 요구해야
연금 “주주권 행사 나선 전례 없다”
롯데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그로 인한 손해는 주주들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롯데그룹 주요 상장사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이번 사태에서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라는 요구가 시민단체뿐 아니라 정치권에서 나오게 된 배경이다.

국민연금의 롯데 계열사 지분율
국민연금의 롯데 계열사 지분율
국민연금은 지난 6월말 기준으로 롯데케미칼(7.38%)과 롯데칠성음료(12.18%), 롯데하이마트(12.33%), 롯데푸드(13.31%), 롯데쇼핑(4%) 등 롯데그룹 주요 상장 계열사들의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롯데푸드의 단일 최대 주주이며, 롯데칠성음료·롯데하이마트의 2대 주주, 롯데케미칼의 4대 주주다. 롯데쇼핑의 경우, 국민연금이 6대 주주다. 롯데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총수 일가를 제외하면 국민연금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주주인 셈이다.

롯데 계열사들의 주가가 떨어지면 국민연금의 평가손실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기 직전인 지난달 27일 이후 7일까지 롯데 계열사 주가 하락으로 말미암아 국민연금이 입은 평가손실은 467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에 롯데케미칼은 5.87%, 롯데칠성음료는 2.65% 주가가 떨어졌다.

국민연금은 우선 대주주로서 롯데 계열사 경영진에 책임을 묻는 등 다양한 ‘주주관여’(engagement) 활동에 나설 수 있다. 특히 이럴 경우 한국 롯데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지만 베일에 가려져 있는 일본 법인 롯데홀딩스와 엘(L)투자회사에 대한 정보를 포함해 롯데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주주질의가 가능하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롯데케미칼 지분 9.3%를, L제2투자회사는 롯데푸드의 지분 4.34%를 보유하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주요 주주가 해당 기업에 대해 적극적 주주관여에 나설 경우, 공정당국이나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공시에 따라 공개되는 수준보다 더 자세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그룹에 일본 롯데홀딩스와 엘투자회사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한 바 있지만, 주요 주주들이 질의에 나서면 좀더 구체적인 정보 파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질 지배 주주를 파악하는 것은 투자 판단에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오너 리스크를 부른 소유·지배구조 등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과 해결방안에 대해 질의해야 한다. 운용자산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기관으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엔 좀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 상법상 주주가 임시 주주총회 소집, 외부주주의 이익을 대변할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대표소송 등에 나서기 위해선 지분 3%만 보유하면 된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쪽은 그동안 주주권 행사에 나선 전례가 없다며 당혹스러움을 표시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홍보담당자는 “공식적인 의결권 행사 외에 주주권 행사에 나선 적이 없어서 내부적으로 관련한 규정을 갖고 있지 않다. 자칫 경영권 간섭으로 비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하지만 7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롯데 경영권 분쟁에서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로서 나서줄 것을 주문함에 따라, 국민연금으로서도 관련한 논의를 시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오는 11일 새누리당 정책위에 관련 내용을 보고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올해 신설된 국민연금법의 사회책임투자 관련 조항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민경 연구위원은 “현재 해당 조항(102조 4항)은 ‘투자 대상과 관련한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고만 돼 있는데 책임투자를 선택이 아닌 ‘의무화’하도록 법을 개정하거나, 국민연금이 내부 운용지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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