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답변과 표정등 스케치.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015.09.15
국회의원·기재부 동료·공단이사장…
채용청탁 정관계 인사 구체 적시
최경환 의혹건만 ‘외부’ 모호한 표현
채용청탁 정관계 인사 구체 적시
최경환 의혹건만 ‘외부’ 모호한 표현
감사원이 중소기업진흥공단 채용 비리 4건을 적발한 감사보고서를 작성하면서, 3건에 대해서는 청탁한 사람을 특정했지만 유독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지역구 사무실 인턴을 지낸 황아무개씨 사건에서만 ‘외부’라고 모호하게 표현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류전형 결과 2299위였던 황씨가 여러차례 서류 조작을 통해 36명의 합격자 명단에 포함되게 할 정도로 힘있는 인사에 대해서는 감사원이 왜 특정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새롭게 불거지고 있다.
17일 감사원의 감사보고서(올해 7월)를 보면, 중소기업진흥공단의 2012~2013년 신입직원 채용 과정에선 황씨 사건을 포함해 모두 4건의 채용 비리가 있었다. 감사원은 3건에 대해선 국회의원, 기획재정부(박철규 공단 이사장의 전 직장) 동료, 전 공단 이사장이 부당한 채용을 청탁했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감사원이 채용 청탁을 누가 했는지 조사했고, 당사자들이 진술을 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유독 최 부총리 인턴을 했던 황씨 사건에 대해서만 ‘외부’라고 표현했을 뿐, 청탁 인물을 밝히지 않았다.
감사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정관계 채용 청탁을 해결해주는 ‘비리의 온상’ 구실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2012년 3월12일~5월7일 있었던 신입직원 채용에서 박철규 이사장은 ‘기재부 동료’로부터 청탁을 받고 응시자 ㄱ씨의 합격 지시를 내린다. 정보통신 분야에 지원한 ㄱ씨는 서류전형 탈락 대상이었으나 문화콘텐츠 분야에 쓴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합격시켰다. 감사원은 “ㄱ씨는 관련 분야 학위 또는 자격증을 갖고 있지 않아 문화콘텐츠 분야에서조차 불합격 대상이었다”고 적고 있다.
이어 같은 해 10월6일~12월17일 있었던 신입직원 채용에서도 박 이사장은 ‘국회의원’으로부터 응시자 ㄴ씨에 대한 청탁을 받고 합격 지시를 내린다. 인사팀은 서류전형 4771위인 ㄴ씨의 학교평가, 전공, 어학 및 경력 점수를 모두 만점으로 조작해 120위로 만들었다. 면접 과정에서도 부정은 계속된다. 애초 1조 면접위원이던 공단 인사 총괄 부서장(실장)은 3조에 배정된 ㄴ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3조 면접위원으로 자리를 바꾼다. 하지만 ㄴ씨는 1차 면접에서 떨어졌고, 인사팀은 면접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켰다. 인사팀은 또 서류전형 발표 당일, 전 공단 이사장으로부터 “ㄷ씨를 잘 봐주라”는 쪽지를 받는다. 날짜가 촉박해 점수를 고칠 수 없었던 인사팀은 11위를 탈락시키고 불합격 명단에 있던 258위 ㄷ씨를 합격시켰다.
2013년 6월 최경환 부총리의 인턴이던 황씨 채용 비리 사건에선 공단 채용 총괄 부서장(실장)이 박 이사장에게 “대구경북연수원에 파견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황씨가 신규직원 채용에 지원했는데, 외부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하자, 박 이사장은 “그럼 한번 잘 봐줘라”고 황씨의 합격을 지시했다. 박 이사장은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1급)을 지낸 뒤 공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런 채용 비리가 일어났는데도 인사팀 총괄 부서장에 대해서만 정직 2개월이 내려지고, 나머지는 경고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채용 비리로 합격한 4명은 지금도 일을 하고 있다.
이원욱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최 부총리는 친박 핵심 실세인데다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부총리까지 맡고 있다. 감사원이 채용 비리 사건에서 유독 최 부총리 인턴 사건만 청탁한 쪽을 특정하지 않은 것은 이런 배경이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병률 감사원 대변인은 <한겨레>의 질문에 “누구의 지시를 받은 것인지 감사 과정에서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밝히지 않은 것”이라며 “일부러 특정 인사를 감춰주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세종/김소연 기자, 김지훈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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