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답변 도중 눈을 감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우울한 소식이 이어진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이 애초 전망치인 2.8%에 못 미칠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전망치를 2.7%에서 2.4%로 낮추었다. 중국 경기 둔화, 미국 금리인상 전망 등 경제여건이 녹록지 않은데다 당분간 개선 조짐을 보일 가능성도 적기 때문이다. 세계경제 사정도 크게 다를 바 없다. 국제통화기금은 곧 올해(3.3%)와 내년(3.8%)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계획이다.
때마침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도와 경제민주화 공약을 입안한 김종인 전 의원이 “앞으로는 3% 이상의 성장이 어려운 만큼, 2.5% 성장을 하면서도 경제사회의 안정과 조화를 이루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역대 정부는 성장률을 높인다며 재벌(의 투자와 고용) 의존정책을 폈다.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를 포기하고 각종 부양책과 규제완화를 동원했다. 하지만 경제가 나아지기는커녕 양극화만 심화됐다.
선진국 중에는 1~2%대의 낮은 성장률로도 안정과 조화를 이룬 사례들이 있다. 2008년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영국은 지난 5년 동안 재정적자를 절반으로 줄이고 200만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어 ‘일자리 기적’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이런 영국의 2011~2015년 평균 성장률은 1.8%에 불과하다. 독일 역시 안정적으로 경제를 꾸려가며, 재정위기로 시달리는 유럽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독일의 같은 기간 성장률은 1.5%에 그친다.
저성장 속에서도 적정한 일자리 창출을 이루고, 경제사회가 안정과 조화를 달성하는 게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보수와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들에게 질문을 던져봤다.
보수도 과거와 같은 고성장이 어렵다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적정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성장률을 가급적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배상근 부원장은 “매년 40만~50만명의 청년들이 배출되고, 성장률이 1% 오를 때마다 7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2%대 저성장을 당연시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수출 중심 성장 전략의 대안인 ‘내수 활성화와 소득(임금) 주도 성장론’에도 회의적이다. “인구가 5천만명에 불과한 한국이 내수 주도 성장으로 적정한 일자리 창출과 국민이 원하는 삶의 질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진보는 저성장을 전제로 정책의 대전환을 강조한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저성장 속에서 일자리 해법은 세계 최장인 근로시간의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에서 찾아야 한다”며 “재벌이 투자하지 않고 쌓아둔 막대한 잉여금을 임금인상과 세금으로 빼내, 내수 활성화와 사회복지 확대에 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인건비와 세부담 증가로 인한 기업 경쟁력 약화는 환율을 달러당 1300원 정도로 높여서 풀 것을 주문한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유럽이 1~2%대 성장률에도 안정적인 것은 사회복지(재분배) 때문”이라며 사회복지 강화, 증세, 소득 주도 성장을 강조했다.
하나의 색깔로 규정하기 힘든 김종인 전 의원은 ‘공정하고 활기찬 시장’을 만들기 위한 경제민주화를 강조한다. 그는 “각 개인의 의욕과 창의가 살아나 새로운 기업이 많이 만들어져야 일자리가 생기는데, 재벌이 기득권을 틀어쥐고 새로운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아 경제의 역동성이 사라졌다”며 정책의 대전환을 역설한다.
외환위기 때 30대 그룹의 절반이 쓰러졌다. 이후 빚에 의존해 무리하게 확장을 하는 외형 위주 경영에서 수익을 중시하는 내실경영으로 바뀌었다. 한국 경제의 상황도 비슷해 보인다. 문제는 해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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