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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로켓배송은 시장을 훈훈하게 바꿀 수 있을까요

등록 2015-11-06 19:50수정 2015-11-07 11:30

쿠팡맨 로켓배송. 홈페이지 갈무리
쿠팡맨 로켓배송. 홈페이지 갈무리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 고객님. 쿠팡맨입니다. 고객님의 소중한 상품을 문 앞에 보관했습니다. 직접 전달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분실이 염려되오니 상품을 받으신 후 문자 한 통 부탁드려요.’

이 문자는 한 달 전 제 친구가 전자상거래업체 ‘쿠팡’에서 산 물건을 배달받고 수신한 문자 내용입니다. 당시 부재중이라 물건을 직접 받지는 못했지만, 문자를 받고 하루 종일 훈훈했다는군요. 앞으로는 되도록 쿠팡에서 물건을 산답니다.

안녕하세요. 경제부 산업2팀에서 유통업계를 담당하는 이재욱이라고 합니다. 왜 난데없는 친구 이야기냐고요. 오늘은 ‘로켓배송’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쿠팡’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요.

쿠팡은 지난해 3월부터 자체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시작했습니다. 로켓배송은 쿠팡에서 9800원어치 이상 물건을 사면 24시간 안에 무료로 배송해주는 서비스입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로켓배송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2017년까지 현재 3500명인 쿠팡맨을 1만5000명까지 늘리고, 물류센터를 21개로 확대한다고 말이죠. 이를 위해 자그마치 1조5천억원이라는 돈이 투자됩니다.

감이 잘 안 오시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쿠팡의 자산은 3428억원입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시이오(CEO)스코어가 지난 8월 30대 그룹 253곳의 계열사 고용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6월 대비 올해 6월 기준 고용은 8261명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2010년에 설립돼 막 5년이 된 회사가 앞으로 2년 동안 자산의 5배 가까운 돈을 들여, 30대 그룹에서 지난 1년 동안 늘어난 고용보다 더 많은 신규 고용을 하겠다는 거죠. 일자리의 질도 나쁘지 않습니다. 쿠팡맨은 검증 기간을 거친 뒤 정규직으로 채용되는데, 세전 기준으로 연봉이 4000만~4500만원 수준이라네요. 김범석 대표는 “로켓배송은 세계에 전례 없는 서비스로 쿠팡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로켓배송에 사활을 건 것으로 느껴집니다.

서른일곱 젊은 기업가의 당찬 포부를 듣고 뿌듯하긴 했습니다만, 다소 무모해 보이기도 합니다. 기자간담회 때 김범석 대표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고객’이었습니다. 김범석 대표는 “로켓배송에 투자를 하면, 고객이 이전과는 다른 혁명적인 경험을 하면서 더 많은 고객이 확보되고,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질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한 애널리스트는 “2016년 1만명의 쿠팡맨을 고용하려면 연간 4천억원이 소요되는데, 지난해 1215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쿠팡이 아무리 빠르게 성장해도 이를 부담하기 어렵다. 로켓배송은 장기적으로 유료화되거나, 물류업체가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했습니다.

사실 로켓배송을 당장 계속할 수 있는지도 불투명합니다. 로켓배송은 서비스 시행 당시부터 택배업체들의 반대에 부딪쳤습니다. 돈을 받고 화물을 운송하려면 영업용 ‘노란 번호판’을 달아야 하지만, 로켓배송 차량은 ‘하얀(일반) 번호판’을 달고 운영된다는 것이죠. 급기야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지난달 13일 서울중앙지법에 쿠팡을 상대로 로켓배송을 멈춰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김범석 대표는 “로켓배송은 택배업이 아니라 ‘무료배송 서비스’다. 검찰이 이미 무혐의 처리를 내렸다.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신했지만, 법원이 달리 판단한다면 사업의 핵심인 로켓배송이 중단되면서 쿠팡이 내놓은 계획 자체가 통째로 흔들리게 될 겁니다.

김범석 대표는 “21개 물류센터 완공과 쿠팡맨 채용 확대 등 물류 시스템이 완성될 경우 전국 어디든 당일배송이 가능하게 된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 저는 예전 도미노피자의 ‘30분 배달보증제’가 생각나더라고요. 당일배송을 위해 쿠팡맨들이 무리하게 되면 ‘안전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하고요. 이에 쿠팡 홍보 담당자는 “배송시간에 대한 페널티가 없고, 로켓배송의 신속성은 운전 속도가 아니라 아이티와 결합된 물류 프로세스와 쿠팡맨의 충분한 고용으로부터 나온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재욱 경제부 산업2팀 기자
이재욱 경제부 산업2팀 기자
쿠팡의 이번 투자계획은 본격적인 시험대에 섰습니다. 제 친구처럼 로켓배송에 감동하는 고객들이 많아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장은 ‘고객 감동’이라는 선의만 가지고 헤쳐나갈 수 없는 냉정한 곳입니다. 그들이 쏘아올린 로켓이 목적지까지 잘 도착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이재욱 경제부 산업2팀 기자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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