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삼성 인사 있던 날 ㄱ상무, ㄴ상무님께

등록 2015-12-04 19:31수정 2015-12-04 22:02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삼성의 ㄱ상무님께.

안녕하세요. 지난해 10월부터 삼성을 출입하는 이정훈입니다. 엘지나 공정위원회도 함께 맡고 있죠. 지난 1년여간 서울 강남역 근처에 있는 삼성전자 사옥에서 수차례 지나쳤지만 간단한 인사만 건넸네요. 깊은 얘기할 기회 한번 못 가졌는데 이번에 상무 자리에서 물러날 줄은 짐작도 못했어요.

2년 전 승진할 때만 해도 적어도 내년까지는 일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지금까지 특별한 잘못이 없는 경우 많은 상무들이 웬만하면 3년은 버텼었죠. 그래서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될 테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고 싶네요. 그동안 애 많이 쓰셨습니다.

올해는 예년보다 훨씬 퇴임 임원들이 많았죠.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의 주요 계열사에서 20~30%의 임원들을 줄이며 당신처럼 2년차 상무들도 옷 벗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네요. 3년을 채우면 받을 수 있는 ‘장기성과인센티브’도 받지 못한 채 자리를 떠나게 됐네요. 지난해 ㅇ상무가 1억원 정도 인센티브를 받은 것처럼 당신도 한번 기대했을 텐데 말입니다. 지난해 전문경영인 최고 연봉인 삼성전자 신종균 사장의 145억7200만원까지는 아니어도 그래도 큰 기대를 했을 텐데 말이죠.

당신과 함께 일한 동료도 “삼성이 잔인하다”고 말하더군요. 2년차 임원마저 해고한 것을 장기성과인센티브마저 아껴보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면서요. 더 잘 아시겠지만 신통치 않은 휴대전화 사업으로 실적이 나빠져 지난해 말부터 수차례에 걸쳐 마케팅비 등 각종 경비를 축소했죠. 이번에는 임직원을 잘라 인건비마저 줄였네요.

이제 앞으로 다른 일터를 찾아보시겠죠? 삼성 재직 경험이 구직에 디딤돌이 되길 바랍니다.

며칠간 눈비가 내리더니 오늘 오후부터는 날이 나아지네요. 꽁꽁 언 가슴에도 따뜻한 봄볕이 깃들 날이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삼성의 ㄴ부장, 아니 ㄴ상무님께.

축하드립니다. 부장이던 며칠 전 통화에서 “상무 승진을 축하드립니다”라고 전했을 때 터트린 웃음을 기억합니다. 지난해 말 기대한 승진이 1년 늦게 찾아와 기쁨이 더한 듯 보였습니다. 그동안 전날 과음이나 늦은 퇴근에도 이르면 새벽 4시반, 늦어도 새벽 6시반까지 출근한 대가라고 생각됩니다.

‘기업의 별’로 통하는 임원 대열에 드디어 합류했네요. 연말 성과급에 따라 다르겠지만 연봉이 훌쩍 뛰어 1억원 후반대의 고액 연봉자가 되셨네요. 아마 지금은 무슨 차를 고를지 고민할 것 같네요. 상무에겐 3000㏄ 이하의 준대형차가 주어지잖아요. 주로 현대차의 그랜저나 기아차의 케이7을 많이 고르더군요. 거기에 유류비나 보험 등도 회사에서 지원되잖아요. 제가 아는 한 전무는 “전무부터 제네시스 같은 배기량이 더 높은 차량과 함께 운전기사가 배정되는데 상무 시절 혼자 운전하면서 맘 놓고 통화하는 것이 오히려 더 편하다”고도 하더군요. 여기에 골프장회원권, 휴대전화, 가족 포함 건강검진권 등을 쓸 수 있겠네요. 아, 집에 컴퓨터도 한대 들이시겠네요. ㄷ상무는 “승진하니 집에 사내 인터넷과 연결할 수 있는 컴퓨터를 설치해 주는데 주말에도 일하라는 뜻으로 읽혔다”고 말하더라고요.

앞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클 것 같네요. 그래도 건강 챙기세요. 지난해 상무가 된 ㅈ상무는 밤낮없이 일하며 “우리 회사가 내게 이만큼 해줬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이 많다”고 얘기했죠. 그러다 그 건강 체질에도 몸이 나빠져 지난달부터 고혈압약을 챙겨 먹고 있어요. 당연히 부장 시절보다 일정은 촘촘해지고 업무량은 늘어나겠죠. 더 많은 책임감으로 최선을 다하실 테죠. 그래도 건강이 나빠지면 그 좋아하는(?) 일도 잘하기 힘들다는 것도 가끔 떠올리면 좋겠네요.

이정훈 경제에디터석 산업1팀 기자
이정훈 경제에디터석 산업1팀 기자
연말에 승진으로 더욱 기쁜 술자리가 많으실 것 같네요. 그 자리 가운데 저랑 부딪힐 수도 있는데 그때는 서로의 건강을 생각해 폭탄주 조금만 마시는 것으로 하시죠. 그럼 그때 뵐게요.

돈보다 사람인 이 기자 올림

이정훈 경제에디터석 산업1팀 기자 ljh9242@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삼성전자 인사 쇄신은 없었다 1.

삼성전자 인사 쇄신은 없었다

‘1년 400잔’ 커피값 새해에 또 오르나…원두 선물 가격 33% 폭등 2.

‘1년 400잔’ 커피값 새해에 또 오르나…원두 선물 가격 33% 폭등

기재부, 예산안 야당 단독 처리에 “유감” “민생 저버려” 3.

기재부, 예산안 야당 단독 처리에 “유감” “민생 저버려”

세종대 교수 4명,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 선정 4.

세종대 교수 4명,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 선정

삼성, 경영진단실 신설해 이재용 측근 배치…미전실 기능 부활? 5.

삼성, 경영진단실 신설해 이재용 측근 배치…미전실 기능 부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