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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두산인프라코어 딜레마’의 해법은

등록 2015-12-25 18:57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시장은 최근 1년 새 50%나 축소했다. 중국 옌타이의 굴착기 공장 내부 모습. 두산인프라코어의 희망퇴직은 벌써 네번째다.  두산그룹 제공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시장은 최근 1년 새 50%나 축소했다. 중국 옌타이의 굴착기 공장 내부 모습. 두산인프라코어의 희망퇴직은 벌써 네번째다. 두산그룹 제공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이 21일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지명된 뒤 많은 이들이 신속한 구조개편과 구조조정을 최우선 과제의 하나로 꼽았다. 구조개편을 방치하면 한국 경제의 저효율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기 어렵고, 부실기업의 뇌관을 제거하지 않으면 언제든 연쇄폭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한국은행도 3년 연속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이 외부감사 대상 기업 10곳 중 1곳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두산인프라코어 신입사원 희망퇴직 사태’는 구조조정이 말처럼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대기업 직원들이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당사자들의 항변이 쏟아졌고, 여론도 “사회 초년생들에게 이렇게 가혹할 수 있느냐”며 질타 일색이었다. 두산이 1~2년차 사원의 희망퇴직을 취소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모두 신속한 구조조정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구조조정의 고통 분담은 피하려는 ‘구조조정의 딜레마’는 해결되지 않았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주력인 건설중장비 시장은 수년째 내리막이다. 최근 1년 새 안마당이었던 중국 시장은 50%나 축소됐다. 2012~2013년 연속 1천억원이 넘는 적자(개별기준)를 냈다. 지난해 한숨 돌리는가 싶더니, 올해는 다시 5년 이래 최대 적자가 예상된다. 연초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 핵심인 ‘공작기계사업부’까지 매물로 내놨다. 희망퇴직도 벌써 네번째다. 앞서 세차례에 걸쳐 이미 경력사원 830명이 짐을 쌌다. 이쯤 되면 회사의 존립 자체가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실제 내부에선 “신입사원을 내보내는 건 부당하고, 처자식 딸린 경력사원을 내보내는 것은 옳다는 얘기냐”는 반문도 들린다. 한 대기업 회장은 내년 경제에 대해 “올해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이러다간 자칫 대량 감원에 따른 사회적 충격과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쌍용차 사태처럼 노사간 정면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 정답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구조조정의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동의다. 일부 대기업은 이익을 내면서도 경쟁력을 이유로 직원들을 손쉽게 자른다는 지적을 받는다. 삼성전자는 임원 30% 축소를 포함해 인력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회사 실적이 과거보다 줄었지만,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30조원에 육박한다. 치열한 국제 경쟁을 감안해야 하지만, 전체 경제에 미칠 충격도 고려해야 한다. 무차별적인 대량 감원은 결국 소득 감소→소비 위축→기업 실적 악화→구조조정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둘째는 구조조정 방식이다. 적잖은 기업들이 희망퇴직 대상을 미리 정해놓고, 이를 따르지 않는 직원들에게 인격모독과 부당한 압박을 가했다는 증언이 잇따른다. 이래서는 강제해고와 다를 바 없다.

곽정수 경제에디터석 선임기자
곽정수 경제에디터석 선임기자
셋째는 경영자도 함께 책임지는 자세다. 두산은 2007년 미국의 건설중장비 업체인 밥캣을 51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외부에서 돈을 빌렸는데, 두산인프라코어가 그 상당 부분을 부담했다. 직원들로서는 “우리 탓이냐”는 불만이 나올 만하다. 최근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이 경영난 타개를 위해 1조2천억원 규모로 실시하는 유상증자에 사재 3천억원을 털어 참여하기로 했다. 그룹 총수로서 고통 분담에 솔선수범하는 것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넷째는 단지 돈 몇푼 쥐여주고 내보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퇴직자의 재취업을 최대한 지원하는 노력이다. 선진국은 퇴직자를 위한 재교육과 재훈련이 관행화되어 있다.

곽정수 경제에디터석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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