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전문가 진단과 해법
12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는 올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가계부채의 총량, 증가 속도는 이미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여기에 올해 경기 침체로 소득이 늘 여지는 거의 없는 반면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국내 대출금리마저 상승하고 있어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소득이 낮은 저소득층과 영세 자영업자들부터 점차 빚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될 처지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자칫 외부 충격까지 가해지면 한국 경제가 가계부채발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 박창균 중앙대 교수(경영학),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가계부채연구센터장 등 전문가 3명으로부터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들어봤다.
■ 저소득자·영세자영업자·다중채무자 등 약한 고리
전문가들은 가계부채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국내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해선 약간씩 견해를 달리했다.
박창균 교수는 가계부채가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가계부채 규모가 위험한 수준이어서 언제든지 터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박 교수는 가계부채를 ‘관리 가능’하다고 보는 정부 시각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부채 관리는 소득보다 부채 증가 속도가 낮아야 가능하다. 그런데 지난 십 몇년 동안 그런 적은 없었다. 예를 들어 앞으로 가계부채 증가율이 연 5%라면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 + 물가상승률)이 연 7% 정도되는 상황이 20여년 정도 이어진다면 괜찮겠지만 그게 가능하겠나. 관리 가능하다는 생각은 타당하지 않다.” 실제 지난해 경상성장률 전망치는 5% 수준이지만 가계부채(9월 기준)는 10.4%나 늘었다. 이러다 보니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을 보여주는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지난해 169.8%(추정치)까지 치솟았다. 1년 전(164.2%)에 견줘 5.6%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평균(2014년 말 기준 130.5%)보다 40%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다.
소득증가보다 부채증가 속도 높아
가계부채가 금융위기 뇌관 될수도
정부가 ‘비상계획’ 마련해 대비해야 취약 계층에 초점두고 접근할 필요
과도한 사교육비·통신비 지출 줄여
채무 상환할 수 있도록 환경조성을 박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경제가 어려워지면 우선, 빚을 낸 저소득층과 영세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과도한 주택담보대출자 등 부채 취약 계층이 무너질 수 있다고 봤다. 상황이 악화돼 주택시장 붕괴와 은행 위기로 이어지면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시스템 위기로 전국민이 힘들어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선 정부가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임진 센터장은 가계부채가 당장 거시경제나 은행 건전성에 위험 요인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임 센터장은 “올해와 내년에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 같지는 않아서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경제의 어려움이나 은행의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경기 회복세가 미미하고 내수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빚을 진 저소득층이나 자영업자들은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전성인 교수는 가계부채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채무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에 얼마나 큰 위협인가 혹은 관리 가능한가, 불가능한가’ 따위의 문제제기는 경제 전체의 안정성 또는 은행의 건전성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으로 접근법 자체가 잘못됐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은 소득 계층별로 또는 채무 규모별로 다른 만큼, 채무자 가운데 누가 가장 취약한 부류이고 이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가 핵심 질문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해법도 저소득·저신용·다중채무자 등 취약 계층에 초점을 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탕감이든 직접 갚든 부채 규모 줄이는 게 유일한 해결책 가계부채에 대한 진단에는 온도차가 있었지만, 어떤 식으로든 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해법에는 이견이 없었다. 채무자 중심의 시각을 강조한 전 교수는 “가계부채 문제는 결국 빚을 갚을 수 없는 저소득·저신용·다중채무자 문제”이기 때문에 이들의 부채를 탕감하는 게 가계부채 해결의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권에서 빌린 돈을 3개월 이상 연체해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가 된 사람은 105만여명이다(지난해 6월말). 이들이 진 빚은 130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3곳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도 344만명에 이른다. 전 교수는 “탕감 대상자의 기준을 두고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어차피 돈을 갚기 어려운 사람들의 빚은 탕감한다는 정책 방향을 일단 정하고 실행을 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이들이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고, 내수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그렇다면 빚 갚을 능력도 심사하지 않고 대출해준 금융회사의 행태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부실 기업을 구조조정할 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취약 채무자에 대한 부채 탕감은 왜 안 되느냐”고 반박했다. 박 교수는 정부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10여년 동안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이미 거의 다 썼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박 교수는 아직 남아 있는 마지막 정책 수단으로 ‘소득대비 총금융부채 원리금 상환비율’(DSR) 규제를 들었다. 이는 새로 받는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과 기존에 받은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더한 금액이 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으면 대출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 정부가 수도권은 올해 2월, 비수도권은 5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주택담보대출 선진화 방안에 디에스아르 평가가 들어가긴 했다. 하지만 디에스아르를 대출 한도 제한용이 아니라 참고용으로만 활용하기로 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교수는 “채무자가 빚을 스스로 갚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데, 이를 위해서는 소득에 비해 과도한 사교육비, 통신비 등의 지출을 줄여 채무를 상환할 수 있도록 정부가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 센터장은 빚을 처음부터 갚아나가게 해 서서히 가계부채 구조를 건전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합리적인 해법으로 꼽았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과도하고 급격하게 대출 규제를 해 대출 총량이 줄어들게 되면 결국 저신용, 저소득층이 대출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게 임 센터장이 점진적인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이유다. 김수헌 기자
가계부채가 금융위기 뇌관 될수도
정부가 ‘비상계획’ 마련해 대비해야 취약 계층에 초점두고 접근할 필요
과도한 사교육비·통신비 지출 줄여
채무 상환할 수 있도록 환경조성을 박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경제가 어려워지면 우선, 빚을 낸 저소득층과 영세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과도한 주택담보대출자 등 부채 취약 계층이 무너질 수 있다고 봤다. 상황이 악화돼 주택시장 붕괴와 은행 위기로 이어지면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시스템 위기로 전국민이 힘들어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선 정부가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임진 센터장은 가계부채가 당장 거시경제나 은행 건전성에 위험 요인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임 센터장은 “올해와 내년에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 같지는 않아서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경제의 어려움이나 은행의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경기 회복세가 미미하고 내수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빚을 진 저소득층이나 자영업자들은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전성인 교수는 가계부채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채무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에 얼마나 큰 위협인가 혹은 관리 가능한가, 불가능한가’ 따위의 문제제기는 경제 전체의 안정성 또는 은행의 건전성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으로 접근법 자체가 잘못됐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은 소득 계층별로 또는 채무 규모별로 다른 만큼, 채무자 가운데 누가 가장 취약한 부류이고 이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가 핵심 질문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해법도 저소득·저신용·다중채무자 등 취약 계층에 초점을 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탕감이든 직접 갚든 부채 규모 줄이는 게 유일한 해결책 가계부채에 대한 진단에는 온도차가 있었지만, 어떤 식으로든 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해법에는 이견이 없었다. 채무자 중심의 시각을 강조한 전 교수는 “가계부채 문제는 결국 빚을 갚을 수 없는 저소득·저신용·다중채무자 문제”이기 때문에 이들의 부채를 탕감하는 게 가계부채 해결의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권에서 빌린 돈을 3개월 이상 연체해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가 된 사람은 105만여명이다(지난해 6월말). 이들이 진 빚은 130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3곳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도 344만명에 이른다. 전 교수는 “탕감 대상자의 기준을 두고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어차피 돈을 갚기 어려운 사람들의 빚은 탕감한다는 정책 방향을 일단 정하고 실행을 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이들이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고, 내수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그렇다면 빚 갚을 능력도 심사하지 않고 대출해준 금융회사의 행태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부실 기업을 구조조정할 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취약 채무자에 대한 부채 탕감은 왜 안 되느냐”고 반박했다. 박 교수는 정부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10여년 동안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이미 거의 다 썼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박 교수는 아직 남아 있는 마지막 정책 수단으로 ‘소득대비 총금융부채 원리금 상환비율’(DSR) 규제를 들었다. 이는 새로 받는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과 기존에 받은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더한 금액이 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으면 대출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 정부가 수도권은 올해 2월, 비수도권은 5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주택담보대출 선진화 방안에 디에스아르 평가가 들어가긴 했다. 하지만 디에스아르를 대출 한도 제한용이 아니라 참고용으로만 활용하기로 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교수는 “채무자가 빚을 스스로 갚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데, 이를 위해서는 소득에 비해 과도한 사교육비, 통신비 등의 지출을 줄여 채무를 상환할 수 있도록 정부가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 센터장은 빚을 처음부터 갚아나가게 해 서서히 가계부채 구조를 건전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합리적인 해법으로 꼽았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과도하고 급격하게 대출 규제를 해 대출 총량이 줄어들게 되면 결국 저신용, 저소득층이 대출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게 임 센터장이 점진적인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이유다. 김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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