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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국에 ‘샌더스’는 없는가

등록 2016-02-19 19:06

미국 대선판을 뜨겁게 달구는 미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 한국 정치인 중에 그와 같은 리더십과 성과를 보여줄 인물은 없는가. AP 연합뉴스
미국 대선판을 뜨겁게 달구는 미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 한국 정치인 중에 그와 같은 리더십과 성과를 보여줄 인물은 없는가. AP 연합뉴스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미국을 변화시키려면, 정치혁명이 필요합니다.”

버니 샌더스 미 민주당 상원의원의 돌풍이 미국 대선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는 지지율 5%의 ‘아웃사이더’에서 미국의 미래를 가름할 주역으로 떠올랐다.

샌더스 돌풍은 기득권층과 기성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거부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 배경에는 최상위 1%가 하위 50%를 합친 것보다 더 큰 소득을 올릴 정도로 심각한 미국의 양극화가 주요하게 꼽힌다. 정희용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는 “레이건 이후 40년 가까이 (복지 축소 등) 신자유주의의 지배 속에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미국민들이 지친 상태”라고 말했다.

보편적 의료보험 도입, 대학 무상교육, 금융 고소득자에 대한 중과세, 노동자 최저임금 2배 인상, 상위 1% 계층에 대한 부유세….

샌더스의 공약은 중산층 이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이를 위한 부자들의 사회책임 강화 등 두 가지로 요약된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 미국 주류언론들은 “샌더스 공약을 실천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고 공격하지만, 샌더스를 막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때 대형 금융사들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혈세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빈부격차는 더 심해지고 금융사의 부도덕성이 여전하자, 2011년 ‘월가 점령’ 시위가 벌어졌다. 샌더스는 “금융사에 대한 지원액을 환수하면 상당 부분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샌더스의 공약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그 상당수는 한국에서 이미 나왔거나 유사하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은 17일 국회연설에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론’을 재강조했다. 올해 최저임금이 6030원인 점을 고려하면, 샌더스의 최저임금 2배 인상론은 더민주보다 더 과격하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22%로 낮아진 법인세를 25%까지 올리는 방안도 샌더스의 ‘부자증세안’과 비슷한 취지다.

한국에서 샌더스와 유사한 정책들은 포퓰리즘이라거나 반시장·반기업적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그 선봉에는 기득권세력과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 여당과 언론이 있었다. 한국은 미국 못지않게 양극화가 심하다는 점에서 이런 공격이 국민의 지지를 얻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기성 정치에 대한 유권자 불신은 최악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지난 8년간 네 차례의 대선과 총선에서 모두 여당 한 곳에만 표를 몰아줬다.

이와 관련해 한-미 간의 근본 차이를 샌더스 같은 신뢰할 만한 정치적 리더십의 유무에서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샌더스는 1981년 버몬트주의 벌링턴 시장으로 당선된 이후 4선에 성공했다.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으로도 각각 8선과 재선을 했다. 40년 가까운 정치생활 내내 민주사회주의자를 표방하며 중산층과 빈곤층, 노동자와 소수자를 대변하고 거대자본과 기성 정치를 비판하면서, 자기 소신을 일관되게 지켰다. 다주택자의 집을 사들여 노동자 가정에 싸게 임대하기, 대형마트의 시내 입점을 막고 소비자협동조합을 결성해 골목상권 보호하기, 시장 직속의 예술위원회를 만들어 예술문화행사 무료공연 하기는 그가 추진한 수많은 개혁 중 일부다. 샌더스는 풀뿌리 진보정치 실천을 통해 인구 4만명의 벌링턴을 미국의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바꾸었다. 샌더스의 진정성과 성공 리더십은 말만 앞세우는 정치인들과 구분지으며 그를 일약 유력 대선후보로 만든 원동력이다.

곽정수 경제에디터석 선임기자
곽정수 경제에디터석 선임기자
한국도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다수의 여야 정치인들이 거론되지만, 샌더스 같은 리더십과 성과를 보여준 인물을 찾기는 힘들다. 만약 샌더스 같은 인물이 한국에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곽정수 경제에디터석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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