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중복 열차’의 종착역은 애물단지

등록 2016-04-08 20:13수정 2016-04-10 10:15

동서고속화철도와는 별개로 이미 원주~강릉을 잇는 철도가 2017년 개통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원주~강릉 철도의 대관령터널 강릉 쪽 입구로 포클레인 등 공사 장비가 들락거리고 있다. 서재철 제공
동서고속화철도와는 별개로 이미 원주~강릉을 잇는 철도가 2017년 개통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원주~강릉 철도의 대관령터널 강릉 쪽 입구로 포클레인 등 공사 장비가 들락거리고 있다. 서재철 제공
[토요판] 르포
동서고속화철도 논란
▶ 춘천~속초 구간을 35분에 주파하는 동서고속화철도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예산만 2조100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대형사업이다. 하지만 이미 운영 중인 서울~춘천 구간이 상당한 적자를 보고 있는 마당에 속초까지 철도로 연결된다면 적자 폭은 더 커질 게 분명하다. 더군다나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2017년 개통을 목표로 원주~강릉 철도 공사가 거의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도로 중복 투자의 시대가 저물자 이제 철도 중복 투자의 시대가 다시 찾아오는 것인가.

철도 투자가 폭주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도로에 밀려 낙후를 면치 못하던 철도가 이제 과잉 투자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수서~평택 고속철도(KTX)’를 비롯해 원주~강릉선 사업, 경북 포항~강원 삼척 동해중부선 사업, 충북 단양~경북 영주 중앙선 복선화 사업, 경기 이천~경북 문경 중부내륙철도 사업 등이 공사 중이거나 착공을 준비 중이다.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을 넘는 굵직굵직한 철도사업들이다.

‘수서발 케이티엑스’라고 불리는 수서~평택 고속철도처럼 무난히 흑자를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노선도 있지만, 상당수 노선이 적자가 분명한데도 ‘국토 균형발전’이란 명분 아래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과잉투자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또 하나의 대규모 건설사업이 멍석을 깔려 한다. 바로 ‘동서고속화철도사업’이다.

‘늘어나는 BC 비율’의 기시감

동서고속화철도는 케이티엑스처럼 시속 300㎞를 넘나드는 ‘고속철도’는 아니지만, 시속 200㎞ 이상으로 달리며 춘천~속초 구간(93.95㎞)을 35분 만에 주파하는 ‘준고속철도’다. 예산만 2조1천억원 이상 소요되는 대형 국책사업으로,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비롯해 강원도가 ‘숙원사업 해결’을 요구하며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정치권도 내남없이 선거 때마다 강원도의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번 20대 총선에서도 여야 모두 강원도 공약 첫머리에 이 철도 건설을 올려놓았다.

1980년대 말부터 선거 때만 되면 거론되던 동서고속화철도 건설론이 본격화한 것은 2014년부터다. 강원도가 상당한 공을 들여 전력투구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강원도와 국토교통부가 한국교통연구원 등에 사업 근거를 담은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국토부와 강원도가 연대하고 강원권 정치인들이 총력을 펼치면서, 애초 요지부동이던 기획재정부도 사업의 예비타당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흔들리는 분위기다. 애초 기재부가 선뜻 동의하지 못한 이유는 대규모 예산 투자에 견줘 현실의 교통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순수하게 예산의 타당성만 검토하면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구 28만명의 춘천시와 8만3천명의 속초시에 고속화철도를 신설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적지 않다. 적극적으로 검토해봐도 혜택을 보는 주민은 양양군 2만7천명과 고성군 3만명을 더해 영동 북부권 인구 15만명 안팎이다. 철도를 놓았을 때 혜택을 보는 주민 규모가 비교적 작다. 과거 세 차례 실시된 예비타당성조사에서도 비용 대비 편익(BC)이 0.49(2001년), 0.73(2010년), 0.67(2012년)로 낮게 나왔다. 지난해 강원도가 한국교통연구원에 의뢰해 나온 분석 결과에서는 0.97까지 나왔지만, 조사 때마다 수치가 높아진 과거 국책사업의 경제성 부풀리기를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서울에서 이 고속화철도를 타고 가려면 서울(용산역)~춘천 구간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 구간도 운영 면에서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아이티엑스(ITX) 청춘열차’가 달리는 이 구간은 주말 이용객은 제법 있지만 평상시에는 적자 운영 중이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서울(청량리역)~춘천(춘천역) 구간을 아침저녁으로 10여차례 오가면서 관찰했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열차가 만석이지만 나머지 시간대에는 빈 좌석이 제법 보였다. 남이섬을 가기 위해 가평역을 오가는 관광객을 제외하면 서울~춘천을 평일에 이용하는 승객은 통근수요가 대다수였다.

이 노선에 춘천~속초 구간이 추가될 경우, 2조원이 넘는 건설 예산은 물론 고속화 노선에 걸맞은 운영 예산이 필요하다. 열차 정비, 여객 및 승무 관리, 역사 관리 등이 더해지면 실제 운영경비는 더 늘어난다. 문제는 승객이 얼마나 될 것이냐다. 서울(용산)~춘천 구간도 적자인데, 속초까지 연장되면 적자가 커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의 철도 체계는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부와 관리운영을 맡고 있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 건설만 담당하는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 이뤄진다. 철도 건설 계획은 국토부가 세워 정부 예산을 쓴다. 운영은 코레일 몫이다. 동서고속화철도처럼 신설 노선이 생기면 코레일 내부에선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조직과 인력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자면 주름살이 늘어가는 것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코레일의 한 간부는 “신설 노선의 경우, 정부가 적자 노선의 손실을 보전해주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코레일의 경영 악화로 이어진다. 적자 노선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없이, 관리할 노선만 늘어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코레일로 전가되고, 최종적으로는 철도 서비스의 질 저하와 안전 문제로 이어진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신설 철도사업에 대해 100% 국가예산을 지원받아 건설만 하는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스스로 경영을 책임져야 하는 코레일은 각자 처한 위치가 다를 수밖에 없다. 코레일은 케이티엑스에서 벌어들인 흑자로 나머지 전국의 적자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토부가 관리운영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고 정치적인 고려를 통한 철도사업을 펼칠 경우, 코레일은 시름이 깊어지기 마련이다. 경춘선의 한 역무원은 “코레일의 주름살이 늘어가다 나중에 더 악화되면, 국토부는 살을 도려내라는 요구를 할 것이다. 적자에 대한 고려 없이 무작정 건설만 하는 철도정책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시속 200㎞ 이상, 2조원 건설비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총선 앞두고 지역사회 달떴다
“경제성 없다”며 보류됐다가
최근 국토부 나서며 기류 바뀌어

동서고속도로도 내년말 개통
원주~강릉 고속화철도 눈앞
철도, 친환경 교통수단이지만
마구잡이 중복투자는 피하고
통합적 국가기간교통망 필요

원주~강릉 유사구간 개통

3월30일 오후 백두대간의 허리 격인 대관령에는 공사 소음이 쩌렁쩌렁 울렸다. 강원 원주~강릉 철도의 대관령터널 강릉 쪽 입구로 포클레인과 덤프트럭 등 공사 장비와 차량이 쉼 없이 들락거렸다. 애초 강원도는 동서고속화철도의 명분으로 수도권과 강원 영동권(속초)의 연결을 내걸었는데, 수도권과 영동권을 잇는 철도가 이미 이곳에 놓이고 있는 것이다. 원주~강릉 철도사업은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급물살을 탔다. 2017년 가을 개통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대관령터널 주변 구간은 백두대간 보호구역을 관통하기 때문에 착공 이전부터 생태계 훼손 논란이 있었다. 대관령터널 입구에서 직접 살펴보기 전에는 백두대간을 21㎞나 관통했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을 정도였다. 터널의 강릉 쪽 진입구는 옛 영동고속도로에서 계곡으로 두어 번 이리저리 파고들어서야 도착하므로 터널 개구부에서 떨어진 곳에서는 철도터널의 실체를 알 수 없었다. 요즘은 철도와 고속도로 등 국가기간교통망 설계 때 기본적으로 터널과 교량으로만 연결한다. 그래서 첩첩산중 산악지역을 통과하는 구간은 오히려 노선에서 몇백m만 떨어져도 공사를 하는지, 열차나 차량이 다니는지 느끼지 못할 정도다.

대관령터널은 국내에서 가장 긴 장대터널이다. 철도와 도로를 포함하여 단군 이래 가장 긴 터널을 뚫는 사업이었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서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 사이를 관통한다. 관동대로의 대관령을 굽이굽이 넘어가던 옛길 아래로, 역사상 가장 긴 터널이 열린 것이다.

서울(청량리역)~원주~강릉 구간 철도에서 서울~원주는 이미 시속 200㎞ 안팎의 고속화열차 운영이 가능하다. 내년 11월 원주~강릉 구간만 완공되면, 서울에서 강릉까지 한 시간 반에 도착할 수 있다. 수도권과 강원 영동권을 잇는 실질적인 동서철도망이 연결되는 셈이다. 원주~강릉 철도의 강릉 구간 공사현장에서 만난 한 건설기술자는 “서울에서 퇴근 후 기차로 강릉 경포대로 넘어가서 생선회를 맛보고 다음날 아침 출근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원주~강릉 철도사업도 예비타당성조사에서는 비용 대비 편익 분석이 1 이하인 0.11로 나와서 경제성은 낙제점을 받았다. 그러나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강원도와 국토부가 나서 기재부를 설득하여 착공할 수 있었다. 강릉에서 만난 한 지역인사는 “수도권과 속초 지역의 철도수요가 급하다면, 내년에 완공되는 원주~강릉 철도의 강릉역에서 속초까지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기재부가 난색을 표하는 춘천~속초를 고집하지 말고, 우회하는 방안으로 원주~강릉~속초를 완성하고, 이로 인해 철도가 지역활성화나 교통에 기여하는 점이 확인되면 그때 가서 춘천~속초 고속화철도를 요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된다면 동해선이 완성된다. 현재 부산~울산~경북 경주~포항까지 동해남부선이 운영 중이고, 강원 삼척~강릉도 철도로 이어져 있다. 중간에 빠진 경북 포항~영덕~울진~강원 삼척 구간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2월부터 3월 중순까지 영덕과 울진 일대에서 건설 중인 동해중부선 공사현장을 세 차례에 걸쳐 하늘에서 살폈다. 철도노선은 터널과 교량의 연속이었다. 첩첩산중의 구릉성 산지와 골짜기도 철도가 뻗어가는 것에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환경적인 차원에서도 절개지와 성토부를 발생시키는 과거 방식보다는 최근의 터널과 교량 방식이 우월하다. 이 철도노선은 동해안 7번 국도와 나란히 달린다. 그러나 7번 국도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경북 영덕군 영덕읍 주변 오십천을 지나는 교량과 교각을 제외하면, 7번 국도와 마주 보는 곳은 거의 없었다. 바닷가 쪽은 이미 마을과 해수욕장, 관광지와 펜션, 모텔, 식당 등이 즐비하여 철도노선이 들어올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대부분이 해안선에서 500~2천m 떨어진 내륙을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노선이 완공되면 부산에서 강릉까지 철도로 이어진다. 강릉~속초 구간의 동해북부선까지 완성되면, 명실상부한 동해안철도가 생겨난다. 기존에 미약했던 강원 영동-영남의 교류라는 새로운 흐름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4차선 국도에 고속도로 있는데

더군다나 내년이면 서울~춘천~양양(속초)을 고속도로로 연결하는 동서고속도로가 개통된다. 동서고속화철도 추진에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고 봐야 한다. 현재 서울과 속초 간에는 이미 고속도로 수준의 4차선 국도가 연결되어 있다. 이 노선에서 영서와 영동 사이를 연결하는 미시령터널은 민자로 건설되었는데, 개통 이후 지금까지 계속 적자 상태로 강원도의 애물단지다. 여름휴가철 10일 정도를 제외하면 교통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고속도로까지 추가되면, 미시령터널의 적자는 더욱 깊어지고 동서고속도로도 적자 노선으로 안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동서고속도로의 완공은 동서고속화철도를 애물단지로 추락시킬 게 불 보듯 뻔하다.

교통 분야의 사회간접자본은 건설뿐 아니라 유지관리에도 지속적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특히 철도는 도로보다 훨씬 정교하고 섬세한 관리와 손길이 필요하다. 현재 공사 중인 원주~강릉 구간도 여름휴가철이나 주말을 제외하면, 개통 첫해부터 적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국가의 철도정책은 건설을 위주로 하기보다는 기존 적자 노선의 효율적 운영과 함께 가야 한다. 그럼에도 철도 건설에서 중복투자가 고개를 드는 것은 건설과 운영관리를 통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철도 예산의 구조적인 문제로부터 비롯한다. 여기에 더해 철도와 도로를 하나의 틀에서 보지 않고 따로따로 접근하는 ‘국가기간교통망의 통합성 부족’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철규 기재부 타당성심사과 사무관은 “기재부는 국토부가 신청하는 개별 철도사업 자체만 검토하지, 철도 분야를 전체적으로 놓고 검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의 국책사업은 기재부의 예비타당성검토만 통과되면, 논란이 일어나도 그냥 추진되는 구조다.

바야흐로 도로는 가고 철도의 시대가 왔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도로의 중복투자가 말썽이었다. 고속도로와 나란히 달리는 2차선 국도를 입체교차로가 달린 4차선 국도로 확장하거나, 4차선 국도가 들어선 지 얼마 안 돼 같은 노선으로 고속도로가 신설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도로 설치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2008년부터는 철도 투자를 늘리는 정책이 추진됐다. 물론 철도는 경제성, 환경성, 지속가능성 등 공공성 측면에서 도로보다 뛰어난 교통수단이다.

2004년 케이티엑스 개통을 시작으로 한국도 ‘철도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 속에 철도 투자의 과잉 조짐이 뚜렷하다. 세밀한 수요 예측 없이 이뤄지는 마구잡이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 신설보다는 구조 개량이 더 시급하다. 아울러 건설보다는 운영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해야 한다. 철도의 서비스와 공공성은 건설보다는 지속가능한 운영관리에서 나온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