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5단체장들이 지난해 12월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노동개혁 입법 촉구를 위한 경제5단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경제활성화법·노동개혁법 국회통과 어려울 듯, 재계 경제민주화 우려…’
여소야대의 20대 국회와 관련한 경제 전망이 쏟아진다. 박근혜 대통령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법과 파견 확대 등 노동시장 개혁법을 야당의 반대를 무시하고 이전처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이 포기한 경제민주화가 ‘거야’의 주도로 다시 본격화할 가능성도 높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벌써부터 “기업규제 법이 양산되는 것 아니냐”고 잔뜩 긴장한다.
박근혜 정부 3년간 지속된 ‘정상’을 ‘정상화’하려면 청와대의 변화가 선결 조건이다. 대통령은 선거일 전날까지 ‘국정의 발목을 잡은 야당 심판론’을 주장했지만, 국민은 ‘박근혜 경제실패 심판론’을 제기한 야당의 손을 들어줬다. 근혜노믹스(박근혜 경제정책)의 실패는 예견된 일이다. 대통령은 각종 규제완화를 통한 대기업의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경제살리기 해법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대기업 낙수효과’ 실종으로 인해 실패로 끝난 엠비(MB)노믹스와 판박이다.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는 대립된다는 인식도 잘못이다. 경제민주화는 재벌에 편중되지 않고 경제를 제대로 살리기 위한 해법이다.
“20대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 국회가 되길 바란다.” 총선 다음날 청와대가 내놓은 두 줄짜리 논평만 보면 대통령의 태도 변화 여부는 불분명하다. 기존 정책을 고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20대 국회가 상생의 길을 보여주길 기대하는 국민의 바람에 배치되는 일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새누리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통령의 시종 역할에서 벗어나 관계 재정립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일방적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손바닥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나듯 야당의 역할도 중요하다. 과거 박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렸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실패에는 반대만 하고 제대로 된 대안을 내놓지 못한 야당 탓도 크다”고 지적한다. 20대 국회가 전처럼 싸움질만 되풀이하면 2017년 대선에서는 ‘거야 심판론’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다.
여야 모두 발상을 바꿔야 한다. 한국은 단기적으로 재정·금융정책을 통한 경기부양, 중장기적으로 가계부채와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라는 이중과제를 안고 있다. 썩은 사과 1개를 방치하면 사과상자 전체가 썩듯이 구조조정은 신속함이 생명이다.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선거 기간 중 가계부채·부실기업 관련 채권을 한국은행이 사들여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한국판 양적완화’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야당은 한은 독립성 훼손, 부실기업 지원 위험성을 이유로 반대한다. 하지만 진보 성향의 김상조 교수는 “구조조정으로 고통받는 취약 부분을 지원하기 위한 양적완화는 필요하다”며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여야는 노동개혁에서도 평행선을 달려왔다. 정부·여당은 파견제 확대 등 ‘유연성’만, 야당은 양극화 개선을 위한 ‘안정성’만 주장했다. 4대 그룹의 고위 임원은 “유연성을 높여 해고를 자유롭게 허용하되, 대기업부터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수용해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극 격차를 해소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기업들은 일의 성격에 맞게 근로형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일이 없어지면 해고도 가능하다. 대신 같은 일을 시키면서도 임금을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남용할 이유가 사라진다.
20대 국회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할 여유가 없다. “식당에는 손님이 끊기고, 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이어지고, 임대료 하락에도 빈방이 속출한다. 마트의 판매량이 급감하고 학생들로 가득하던 학원들도 썰렁하다.” 한때 한국 경제 성공의 상징이었던 거제와 울산의 최근 모습이다. 20대 국회가 ‘끓는 물 속의 개구리’ 같은 한국 경제를 과연 살려낼 것인가?
곽정수 경제에디터석 선임기자 jskwak@hani.co.kr
곽정수 경제에디터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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