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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반찬 아닌 간식으로 뜬 김…중국 ‘조미김 열풍’ 누가 이을까

등록 2016-05-15 20:26수정 2016-05-16 10:17

중국 수출 주요 수산물 현황
중국 수출 주요 수산물 현황
중국인 수산물 소비 최근 들어 급증
한국은 아직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

국내 중소·영세업체 중국 진출 모색
어묵 등 고품질 내세워 현지 공략

조미김, 짝퉁 등장할 정도로 인기
최근 어육소시지도 유아들한테 돌풍
“한국산 수산물 정보 여전히 부족
긴 안목에서 지속적인 홍보 필요”
“한국 수산물 품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수산시장에 있는 열 군데 점포를 들렀는데, 한국산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한국 수산물의 활어, 건어수산, 수산가공품을 난징 시장에 판매할 수 있겠습니까?”

“한국에는 최대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이 있습니다. 가락시장은 수출입도 가능합니다. 일본과 수산물 교류를 하고 있는데, 중국과도 가능할까요?”

지난 3일 중국 난징에 있는 중채물류수산시장 사무실. 중국 수산물 수출의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해양수산부와 수산물업체들로 구성된 ‘수출개척단’이 수산시장을 둘러본 뒤 중국 담당자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개척단에는 김·어묵·해조류·연어 등을 다루는 중소·영세 수산물업체 13곳이 참여했다. 대기업들은 스스로 중국 시장 개척이 가능하지만, 중소·영세 업체들에는 이런 기회가 새로운 판로를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중국은 우리에게 거대한 ‘블루오션’이다. 14억이나 되는 인구에다 최근 경제성장으로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건강 문제가 중요해지면서 수산물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 세계식량기구 자료를 보면, 중국의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2013년)은 37㎏이다. 세계 평균(18.9㎏)보다는 많지만 한국(54.9㎏)보다는 적다. 8년여(2005년 27kg) 만에 40%가량 증가한 것으로 2023년엔 43㎏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사람이 먹는 수산물의 절대량이 많은 건 아니지만 중국 인구를 고려하면 엄청난 양이다. 1인당 1㎏ 수산물을 더 먹게 되면 매년 140만톤의 수요가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한 해 연근해 어획량(106만톤)을 훌쩍 뛰어넘고, 양식 생산량(150만톤)에 맞먹는 규모다.

한중 수산물 교역 규모 추이
한중 수산물 교역 규모 추이
지난해 12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것도 중국 수출의 청신호다. 향후 20년 안에 관세가 사실상 100% 철폐되기 때문이다. 특히 식품안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에선 안전이 담보되는 한국 수입품에 대한 인기가 치솟고 있다. 중채물류수산시장 자오징리 부총경리는 “앞으로 10년간 중국은 수입 상품의 황금기다. 수산물 수입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수산물의 대중 수출 성적표는 초라하다. 중국의 수산물 수입에서 한국산의 비중은 1.9%에 그친다. 되레 두 나라의 수산물 교역에서 한국은 적자국이다. 2014년 기준으로 중국에서 수입한 수산물은 11억7500만달러인 반면, 중국으로 수출한 수산물은 3억900만달러에 그친다. 이는 중국의 수산물 생산량이 한국보다 20배나 많은 탓이 크다. 여기에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답게 지역·소득·연령별로 식습관이 다르고, 음식문화도 우리와 차이가 큰 것도 한 이유다. 까다로운 통관 절차, 냉동 수산물을 내륙까지 운반할 물류체계가 빈약한 것도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이런 척박한 중국 땅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운 수산물이 김이다. 한국의 지난해 김 중국 수출액은 6643만달러(약 776억원)로 3년 전(3071만달러)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김은 수산물 전체를 통틀어 중국 수출 1위다. 중국으로 수출되는 김은 마른김을 가공한 조미김·김스낵 등이 대부분이다. 국산 조미김의 중국 수입 시장 점유율은 65.1%에 이른다. 중국인한테 ‘조미김한국산’으로 받아들여진다. 김의 성공이 주목받는 건 따로 가공할 필요 없이 곧바로 먹을 수 있는 먹거리라는 점이다. 그동안 오징어·명태·대구 등 중국 수산물 가공공장에 원자재를 주로 수출한 것과 차별화된다. 중국은 우리 수산물로 제품을 만들어 유럽 등에 다시 수출했다.

국내산이 중국 조미김 시장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한 덕에 국내 김 생산도 활기를 띠고 있다. 2000년대까지 23만톤 안팎을 유지하다가 2014년 41만톤으로 증가했다. 수출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한국에 다녀가는 ‘유커’(중국 관광객)들이 대형마트나 면세점에서 기념품으로 사는 조미김 물량도 상당하다.

공두표 해수부 수출가공진흥과장은 “중국은 조미김을 우리처럼 밥반찬으로 먹지 않고 과자처럼 간식으로 먹는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한다”며 “김이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인의 시각에서 맞춤형 공략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짭짤한 간식거리가 많은 중국에서는 한국산 조미김이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훌륭한 간식거리다. 김에는 비타민A와 단백질, 칼슘이 풍부하다. ‘한자녀 정책’으로 자녀에게 각별했던 중국 부모들이 간식으로 조미김을 많이 사고 있다. 지난 4일 수입제품만 파는 중국 상하이 자유무역실험구에서 만난 허쿼광 매니저는 “한국 조미김이나 스낵김은 안심하고 먹일 수 있다는 이미지가 있다”며 “특히 아이가 있는 젊은 여성들이 많이 사가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상점에 진열된 조미김 포장지에는 아이들을 겨냥한 듯 ‘뽀로로’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한국산 조미김의 인기는 상하이 롯데마트에 등장한 ‘짝퉁’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한국의 바다’라는 글씨에, 한복을 입은 사람이 그려져 있어 얼핏 보면 한국 조미김처럼 보이지만 중국 기업이 만든 제품이다. 한국산 김처럼 보이도록 포장을 한 것이다. 노희석 수협중앙회 팀장(유통영업)은 “한국산 김은 중국산보다 얇아 잘 녹고 부드러워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며 “여기에 한국의 ‘청정해역’에서 생산된 수산물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켜 중국인의 입맛을 잡았다. 수출업체들이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제2의 조미김이 될 수 있는 후보군으로는 어육소시지가 꼽힌다. 진주햄은 ‘천하장사 소시지’를 중국 시장에 유아용 간식으로 공략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안전하고 질 좋은 소시지로 홍보하고, 유아매장 중심으로 판매한다. 중국 제품보다 값은 비싸지만 수출을 시작한 2008년 3000만원 남짓했던 매출이 지난해엔 110억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어묵도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날개를 펴고 있다. (주)고래사는 올해 1월 중국 상하이에 어묵베이커리형 매장을 열었다. 매장 안에서 어우동이나 고로케 등을 팔고 있다. 삼진어묵도 지난해 8월 상하이 수출지원센터에 입주해 시장 조사에 나섰다. 이번 시장개척단에 참여한 제주탐나씨푸드도 어묵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씨푸드는 값싼 동남아 잡어가 아닌 제주도 생선으로 만든 ‘고급 어묵’이다. 권유경 매니저는 “최근 한류로 중국에서 떡볶이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여기에도 저렴한 어묵이 많이 사용된다”며 “값은 조금 비싸지만 질 좋은 어묵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판매에도 주목하고 있다. 공두표 해수부 과장은 “중국 온라인에서 구매되는 식품 중에 수입품 비중이 높다. 중국내 운송이 편리한 가공 수산식품 중심으로 온라인 판매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여전히 중국인들 상당수가 한국 수산물을 잘 모른다는 데 있다. 그만큼 중국인들 생활 속 깊숙이 파고들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중국의 수산물 소비 시장 특성’ 보고서를 보면, 중국 상하이 소비자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50.2%)이 “한국 수산물을 잘 모른다”고 답했다. ‘판매하는 곳을 모른다’(24.6%), ‘중국산과 비교해 특별한 점이 없다’(14.3%) 등이 뒤를 이었다. 노희석 수협중앙회 팀장은 “노르웨이가 자국의 수산물을 알리기 위해 10년 동안 꾸준히 홍보를 했고 최근에야 중국에서 노르웨이 연어 등이 많이 팔리고 있다”며 “좀 더 긴 안목을 갖고 지속적인 홍보를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난징·상하이/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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