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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삼성물산 합병, 2심 판단은 왜 달랐을까요?

등록 2016-06-03 19:27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합리: 1. 이론이나 이치에 합당함. 2. 논리적 원리나 법칙에 잘 부합함. 또는 그런 상태.

법리: 법률의 원리.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두 단어를 보여드린 이유는 최근 삼성물산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결정에 대한 법원 판단을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달 30일 서울고등법원 민사35부(윤종구 부장판사)는 일성신약과 소액주주가 “옛 삼성물산 쪽이 합병시 제시한 주식매수가가 너무 낮다”며 낸 가격변경 신청 사건에서 옛 삼성물산이 제시한 5만7234원이 아니라 9368원 높은 6만6602원이 맞다고 결정했습니다. 1심에서는 일성신약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2심에서는 일부 인정받은 것입니다.

두 판단의 차이는 비합리적인 행동에 대한 고려가 있었는지 여부에서 비롯됩니다. 1심은 법률 위반 여부만을, 2심은 한발 더 나아가 삼성물산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까지 고려한 것입니다.

친절하게 설명드리자면(취지는 그런데, 솔직히 자신은 없…ㅠㅠ) ㄱ회사, ㄴ회사가 한 몸이 돼 ㄷ회사로 변신할 때 ㄱ·ㄴ회사 가치를 따져 ㄷ회사 지분율이 결정됩니다. 상장사라면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하기로 결정한 날의 직전 주식 거래일을 기준으로 1개월·1주·1일의 평균 주가를 따집니다. 주식매수청구가는 같은 기준으로 2개월·1개월·1주의 평균 주가로 계산합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할 때 이를 따르지 않았다면 법을 어긴 겁니다. 1심은 이것만 따진 반면 2심은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총수 일가 지분율은 당시 제일모직 42.19%, 옛 삼성물산 1.41%였습니다. 두 회사가 합칠 때, 주가가 제일모직은 오르고 삼성물산이 떨어진다면 총수 일가의 합병회사 지분율이 가장 높이 올라갑니다.

옛 삼성물산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였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다른 주요 건설사들이 주택공급을 늘릴 때 삼성물산은 고작 300여가구만 공급합니다. 또 2조원 규모 카타르 화력발전소 공사의 제한착수지시서(LNTP)를 받았지만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2011년 9월 사우디 화력발전소 공사의 경우 같은 제한착수지시서를 받자마자 공개했던 것과는 다른 행동이지요. 삼성전자에서 받은 공사 물량 일부를 삼성엔지니어링에 넘겨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행동은 지난해 1월2일부터 5월22일까지 삼성물산 주가가 6만700원에서 5만5300원으로 8.9% 떨어지는 데 영향을 미쳤습니다. 현대건설을 비롯해 지에스(GS)건설, 대우건설 등이 각각 주가가 17.2%, 33.0%, 31.5% 오른 사이에 말이죠.

국민연금공단의 행동도 이상했습니다(사실 나쁘다고 생…). 지난해 3월26일 기준으로 삼성물산 1784만8408주(11.43%)를 갖고 있었는데 이후 계속 내다 팔아 5월22일에는 1490만6446주(9.54%)로 줄었습니다. 더욱이 자문을 구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불리한 합병 비율 등을 이유로 합병 반대를 권고했는데 합병에 찬성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내부 의결권 행사지침(제8조 제2항)은 국민연금공단이 찬반하기 곤란한 안건은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는데, 이를 하지 않고 말이죠.

이런 상황에서 두 회사의 합병이 결정돼 합병 비율이 1:0.35가 나오게 됩니다. 이 비율은 옛 삼성물산 3주를 갖고 있으면 통합 삼성물산 1.05주를 받는다는 뜻입니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회사에 보유 주식을 팔 수 있는데, 삼성물산은 주가를 기준으로 5만7234원을 제시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2심은 자세히 살폈고 삼성물산 주가가 의도적으로 낮아졌다고 봤습니다. 법률이 합병할 때 주가를 기준으로 삼게 한 것은 시장 원리가 적용돼 회사 가치가 가장 잘 반영돼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국민연금공단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은 주가를 떨어뜨려 회사의 실제 가치와 다르게 만들었다고 본 것입니다. 그래서 2심에서는 법원은 주가가 왜곡될 가능성이 가장 낮은 제일모직의 상장일인 2014년 12월18일을 기준으로 정해 새 가격을 정했습니다.

이정훈 경제에디터석 정책금융팀 기자
이정훈 경제에디터석 정책금융팀 기자
여러분은 서울고법의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법률 위반만을 따지는 것이 나을까요? 아님 좀더 적극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나을까요? 이번 결정대로 합병 비율이 정해졌다면 대다수 국민이 가입한 국민연금공단이 가져갈 이익은 늘어나고 반대로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 이익은 줄어듭니다.

이제야 인사하네요. 두번째로 ‘친기자’에 등판한 경제부 이정훈입니다. 법원 결정을 보면서 법리보다 합리가 우선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봤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삶도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정훈 경제에디터석 정책금융팀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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