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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내수침체에 유럽발 복병…한국, 저성장 터널 길어질 듯

등록 2016-06-24 16:29수정 2016-06-24 22:00

대영국 수출 비중 1.4%에 불과
실물경제 충격은 적다지만
불확실성 확대 악재로 작용
경기침체 벗어날 기회 멀어져
국내경제 후폭풍


한국 경제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라는 복병을 만났다. 조선업 구조조정 본격화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여기에 브렉시트라는 미증유의 사건까지 맞닥뜨리면서 하반기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더욱 짙어지는 흐름이다. 정부는 영국과의 교역 규모가 작다는 점 등을 들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내고는 있으나, 한국 경제의 장기 저성장의 터널은 더욱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24일 하루에만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두 차례 열었다. 영국의 국민투표가 마감된 후인 이날 아침 한 차례, 개표 결과가 확실시되던 오후 2시에 또 한번 열었다. 거시경제금융회의는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국제금융센터의 2인자들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로 하루에 두 차례나 열린 것은 그만큼 브렉시트에 대한 당국의 긴장감이 크다는 뜻이다.

정부와 한은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 일단 영국과의 교역 규모가 크지 않아 수출 부문에 대한 직접적 타격은 작다고 본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 중 대영 수출액 비중이 1.4%(2015년 기준)에 그치고 한국에 대한 영국의 직접투자(FDI)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거시경제금융회의 뒤 나온 정부의 메시지는 실물경제보다는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달래는 쪽에 맞춰져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변동성이 지나치게 되면 미리 마련해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외환시장에서 한은은 원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물량 개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제통화기금(IMF) 등 외국기관에서도 브렉시트가 한국 경제의 실물 부문에 미칠 파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브렉시트를 실물경제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주는 악재로 해석하는 것은 외려 시장 불안감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브렉시트는 경제의 최대 적인 ‘불확실성’을 확대하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악재인 건 분명하다. 특히 브렉시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공동 번영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탄생한 유럽연합 체제의 지속성에 의문을 던진 것인 만큼 유럽연합 회원국의 도미노 탈퇴로 이어질 우려마저 있다. 이런 정치적 격변이 유럽 경제 전반에 지속적으로 타격을 주고 그 파장이 전 지구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쉽게 꺼질 불씨는 아니라는 뜻이다. 유럽연합은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4번째 우리나라의 핵심 교역국으로 연간 수출 비중이 10% 수준에 이른다.

또 브렉시트가 촉발한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그칠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2008년 금융위기나 2013년 미국의 양적완화 중단 선언 등은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였고, 동시에 소비·투자 심리를 악화시켜 실물경제 둔화로 이어진 바 있다. 정부가 이날 실물경제 파급이 제한적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도 이런 불안심리 확산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4~5년째 이어지는 장기 경기 정체에 마침표를 찍을 반전 포인트가 더욱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브렉시트가 실물경제에 큰 충격은 가져오지 않더라도 경제 회복의 모멘텀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행의 금리 추가 인하나 정부의 재정 확대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 이코노미스트는 “브렉시트 결정 이후 주요국 시장금리가 모조리 곤두박질치고 국내 시장금리도 큰 폭 하락했다. 전세계의 제로금리 현상 또는 양적완화의 확대 쪽으로 통화정책 대응이 나올 전망”이라고 말했다. 금리 하락은 세계 저성장이 더욱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대외 개방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여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날 여당인 새누리당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2.8%에 머물 것이라고 보고했다. 지난해 말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값(3.1%)을 0.3%포인트 끌어내린 것이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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