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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 감리 미룬 금융당국, 대우조선해양의 ‘낙하산 파워’에 눌렸나

등록 2016-07-04 01:16수정 2016-07-04 11:24

청와대 서별관회의 문건 입수
“대우조선, 분식회계 소명 자료 제출 소극적”
감독권한 있는 금융당국보다 ‘힘의 우위’에 있었던 셈

#1. “금융위가 필요한 경우에 요청하면 정밀감리할 수 있지요?”(2015년 9월15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김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금융위가 요청을 할 수는 있는데, 뭐 모르겠습니다. 금융위가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진웅섭 금융감독원장)

#2.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서도 이 감리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데 원장님 동의하시지요?”(같은 해 10월7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실사가 이 부분에 대해서 명확히 해명하지 못한다면 저희가 소명 결과를 받아서 그 결과에 따라서 감리 여부를 결정할 것입니다.”(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상반기 3조2천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공개하면서 분식회계 의혹이 줄곧 제기됐다. 지난해 9~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많은 지적이 나왔지만 금융당국은 소극적인 입장을 취했다.

금융위원회는 재무제표의 신뢰성과 외부감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를 점검하는 회계감리를 금융감독원에 요청할 수 있지만 당시 그렇게 하지 않았다. 금감원도 수조원의 부실에도 산업은행이 삼정회계법인에 맡긴 실사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감리는 실사 결과가 나온 뒤에 검토를 거쳐 지난해 12월10일에야 결정됐고, 감사원이 산업은행을 감사하던 중 1조5천억원의 분식회계 의혹을 통보하자 정밀 감리가 시작됐다.

금융당국의 소극적인 태도는 3일 <한겨레>가 확보한 청와대 ‘서별관회의’(비공개 거시경제정책협의체) 문건에서도 확인된다. 문건은 금융감독원이 대우조선 쪽에 자발적 소명 기회를 여러 차례 부여했으나 대우조선이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감리 권한이 있는 금융당국의 요청을 거절해 대우조선해양이 오히려 힘에서 우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대우조선이 자료 제출을 기피해 실사 결과가 나온 뒤 지난해 12월10일 감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의 파워는 이른바 ‘정피아’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해 발표된 김기식 의원의 자료를 보면,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11명의 새 사외이사 가운데 5명(45.4%)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는 7명 가운데 5명(71.4%)이 정치권 출신이었다. 현재도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 친박계 유정복 인천시장의 보좌관 출신인 이영배씨 등이 재임 중이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최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몫이 3분의 1, 금융당국이 3분의 1, 그리고 산은 몫이 3분의 1이다. (중략) 이런 식으로 인사한 지는 꽤 됐다”고 말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당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참석한 서별관회의에서 금융감독당국이 대우조선의 태도를 지적한 것은 일종의 ‘항변’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당국 쪽에서 정부나 정치권을 믿고 자료 제출을 기피하는 대우조선의 태도에 불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분식회계 의혹 규명이 더 빨리 시작될 수 있었는데도 미뤄진 데는 ‘낙하산 인사’가 주요 원인 중의 하나로 추정된다.

아울러 지난해 10월22일 서별관회의 문건은 검찰 수사와 별개로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실행예산 관리, 자회사 부실 등에 대해 조사해 검찰 고발과 경영진의 손해배상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조사조차 시작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대우조선이 권력관계에서 우위에 있어 금융당국의 요청을 거절할 수 있었고, 금융당국 역시 분식회계 의혹이 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밝힐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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