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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서별관회의, ‘밑빠진 독’ 알고도 4조 지원 강행

등록 2016-07-04 23:15수정 2016-07-04 23:27

홍익표 더민주 의원, 서별관 문건 공개
산은 2.6조, 수은 1.6조 부담케 해
민간은행에도 할당 ‘관치 논란’
일주일 뒤 산은 결정처럼 발표
청와대·정부 거짓말 드러나
지난해 10월29일 산업은행이 발표한 4조2000억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방안이 일주일 앞서 청와대·경제부처 고위 관리들 간 회의체인 청와대 서별관회의(비공개 거시경제협의회)에서 결정된 사실이 정부가 작성한 문건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서별관회의가 현안 결정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정책 실패의 책임을 회피해온 청와대와 정부가 거짓말을 해온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4일 홍익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지원방안’이란 제목의 지난해 10월22일 서별관회의 문건은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관계 기관이 작성했다. 이 문건은 모두 6개 장과 5개 부속문서로 이뤄져 있다. 3장인 ‘정상화 지원방안’을 보면, 자금 지원 규모를 4조2000억원으로, 그중 산은이 2조6000억원, 수출입은행이 1조6000억원을 대는 것으로 돼 있다. 이 문건은 “총 부족자금(4.2조원) 중 1조원은 산은이 자본확충을 통해 지원하고, 나머지 3.2조원은 산은·수은이 균등 분담한다”고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선박 금융의 일종인 선수금환급보증(RG)도 50억달러를 대우조선 쪽에 지원하기로 하면서, 이 중 90%는 산은·수은과 무역보험공사가 각각 같은 비율로 분담하고, 나머지 10%(5억달러)는 농협과 하나·케이비(KB)국민·신한 등 민간 은행들이 부담하는 것으로 정했다.

구조조정 방식별 장단점을 따진 내용이 담긴 2장도 눈길을 끈다. 법정관리와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국책금융기관 주도의 구조조정 세가지 방식을 검토했다. 이 중 정부는 마지막 방식인 국책금융기관 주도 구조조정을 선택했고, 그 장점으로 “국가경제에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조기 정상화를 통한 국내 조선산업의 경쟁력 유지가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문건에는 단점으로 “조선산업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추가 자금 지원도 부실화 우려가 있어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비판 가능성이 있다”고 적시돼 있어, 정부 스스로도 한계를 인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 <한겨레>가 4일치에 단독 보도한 대우조선해양의 분식 혐의 관련 논의 내용은 5장 ‘부실책임 규명 및 제재방안’에 담겨 있다.

이런 내용은 일주일 뒤 산업은행이 발표한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과 거의 같다. 산은은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이다. 결과적으로 서별관회의에서 정해진 내용이 일주일 만에 산은이 마련한 것처럼 ‘둔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상화 성공 혹은 실패에 따른 권한과 책임이 핵심 내용을 정한 서별관회의 참석자들에게 있으나, 외관상으로는 산은에 있는 것으로 그간 비춰져왔다. 당시 서별관회의에는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지난해 말 마련된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방안이 청와대와 정부가 마련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구조조정 실패에 따른 정부 책임론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은 당시 결정으로 4조원 남짓 국책금융기관 등에서 자금을 수혈받았으나, 올해 들어 또다시 위기에 내몰린 바 있다. 지난달 8일 3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구안을 마련하는 등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안을 새로 짠 바 있다.

특히 대우조선 살리기에 대우조선에 기존 여신이나 보증이 없던 국책금융기관은 물론, 민간 은행까지 동원한 대목은 관치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공공적 목적을 위해 때로는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수 있으나, 대우조선 구조조정이 실패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리하거나 부당한 관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야당의 국정조사나 청문회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김경락 송경화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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