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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건희 사망설’에 주가 상승한 의미는?

등록 2016-07-08 18:55수정 2016-07-08 19:16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기업 총수의 유고는 통상 주가에 악재이지만, 최근 주식시장에 ‘이건희 회장 사망설’이 돌았는데도 삼성 주가는 일제히 상승했다. 삼성 본관 전경.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기업 총수의 유고는 통상 주가에 악재이지만, 최근 주식시장에 ‘이건희 회장 사망설’이 돌았는데도 삼성 주가는 일제히 상승했다. 삼성 본관 전경.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건희 회장 사망설에 주가가 왜 오른 거죠?”

삼성 고위임원의 표정이 묘하다. 최근 주식시장에 ‘이건희 회장 사망설’이 돌면서 삼성 주가가 요동쳤다. 삼성은 “사실무근”이라고 펄쩍 뛰며, 경찰 수사까지 의뢰했다. 이 회장이 2014년 5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아직 의식은 회복하지 못했으나 스스로 호흡하는 등 안정적 상태라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기업 총수의 유고는 주가에 악재다. 하지만 삼성 주가는 일제히 상승했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수혜 가능성이 부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 2년간 에버랜드 상장,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등을 통해 이미 지배구조의 큰 골격을 갖췄다. 향후 지배구조 관련주가 대박을 칠 가능성이 그만큼 적어졌다는 뜻이다.

그럼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에서는 ‘불확실성 해소론’이 나온다. 이 회장의 공백이라는 불확실성의 해소가 호재로 인식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회장의 사망은 삼성 3세 체제의 본격화라는 또 다른 불확실성으로 직결된다. 시장이 삼성 3세 체제를 악재로 인식했다면 주가 상승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도 다른 재벌처럼 ‘편법 상속증여’, ‘경영능력 검증 없는 승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장이 ‘이재용 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는 점에서 그로서는 나쁘지 않은 신호인 셈이다.

시장의 반응과 달리 삼성 내부 분위기는 차분하다. 미래전략실은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시기를 묻는 질문에 “이건희 회장이 살아 있는데”라며 ‘선 사망 후 승계론’을 편다. ‘왕조시대’도 아닌데 무슨 말이냐고 하면, 한국 특유의 유교문화를 내세운다. 승계를 서둘렀다가 불효자라는 비난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계열사의 한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이 아니라고 해서 못하는 일이 뭐가 있느냐”는 현실론도 편다.

삼성은 한국 경제의 대표로 불린다. 삼성을 국가대표팀에 비유하자면, 현 상황은 감독(이건희)이 쓰러진 뒤 감독대행(이재용)이 지휘하는 모양새다. 감독이 취임하면 가장 먼저 하는 게 팀을 자기 색깔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감독대행은 임시직이라 이것이 불가능하다. 기업도 다를 바 없다. 그룹 총수는 자신의 경영비전과 철학을 분명히 제시하고 전체 임직원의 힘을 집중시켜 목표를 달성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하지만 회장대행은 어렵다. 이 부회장은 지난 2년간 ‘선택과 집중’식 사업개편, 관행이나 격식보다는 실질을 중시하는 실용주의, 폐쇄적 기업문화 혁신 추구 등으로 위기관리에 나름 선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부친이 19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꾸라”는 신경영선언으로 자신의 경영비전과 철학을 천명하고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는 리더십을 발휘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낸 것에 견줄 바는 아니다.

삼성 고위임원은 “이 부회장 본인이 가장 깊이 고민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그로서는 현 상황에서 부담이 가장 적을 수 있다. 성과는 자신이 챙기고, 실패는 과거의 몫으로 돌리면 된다. 반면 회장이 되면 성과와 실패가 모두 자기 책임이다. 하지만 안전 제일주의로는 변화에 속도를 낼 수 없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을 넘자 시장이 크게 반색한다. 그러나 정작 삼성 안에서는 “실적은 한방에 무너질 수 있다”고 긴장한다. 삼성전자 간부는 “한계에 부닥친 휴대폰·반도체를 대신해 향후 5년, 10년을 먹고살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야 하는 숙제는 아직 풀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삼성은 과거의 리더십이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인간 이건희’는 일어날 수 있지만, ‘경영인 이건희’는 돌아오기 힘들다는 뜻이다. 하지만 삼성의 새 리더십은 아직 확실치 않다. 삼성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한번 더 도약하려면 새로운 경영비전과 철학, 리더십이 필요하다. 과연 이재용의 선택은 무엇일까?

곽정수 경제에디터석 산업팀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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