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지난 22일 지방자치단체 간담회를 열고 1000억원 규모로 건립을 추진 중인 국립철도박물관 사업 입지선정과 관련해 “공모 방식으로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지역 갈등이 예상된다며 올해까지 경쟁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가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특정 방식을 배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때처럼 지역갈등이 확대될까봐 정부가 ‘불끄기’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철도박물관은 2014년 기본구상 용역에 이어 지난해 11월부터 입지 선정을 위한 연구용역이 진행 중인 사업이다. 후보지 수요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부산·대전·울산·세종·경기(의왕)·충북(청주) 등 전국 11곳의 지자체가 박물관 유치를 희망했다.
입지선정 발표가 다가오면서 각 지자체의 과열경쟁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십 만명의 시민 서명을 받아 국토부에 제출하고 시의회에서 국립철도박물관 유치 결의안이 채택되기도 했다. 공정성 시비도 불거졌다. 김성제 의왕시장은 지난 18일 시의회 답변 과정에서 “(국토부가) 어느 시도 갖고 있지 않은 철도박물관을 가지고 있으니까 팁을 준다면 그걸 잘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했다”고 말해, 정부가 의왕시에 특혜를 줬다는 논란이 벌어졌다. 김 시장은 국토부에 전신인 옛 건설교통부 출신 공무원이다. 국토부와 의왕시 모두 말이 와전됐다고 밝혔지만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은 풀리지 않았다.
국립철도박물관 갈등은 ‘영남권 신공항’과 많이 닮았다. 재정이 부족한 지방정부는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국책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국회의원·자치단체장 선거나 지역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만큼, 지방정부는 사생결단으로 경쟁에 나선다. 정치권은 공약을 남발해 표를 얻는다. 정부는 원칙 없이 우왕좌왕이다. 지난 정부에서 백지화로 결론이 난 신공항을 다시 꺼내 들었던 국토부는 이번엔 입지 선정 용역이 5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 절차를 잠정 중단하고, 경쟁을 최소화하는 합리적 방안을 찾겠다고 한다. 국책사업마다 지역 갈등은 필연적인 문제인데, 지난 6~7개월 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립철도박물관 입지는 공모 방식이 아니라면 정부의 ‘자체 선정’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공정성 시비까지 불거진 마당에 선정 방식을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뭔가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국책사업을 둘러싼 부작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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