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에서 팔리는 초코파이 포장. 위부터 한국, 중국, 러시아, 베트남
‘영하 40℃부터 영상 40℃에서까지 팔리는 제품.’
자동차나 컴퓨터 따위가 떠오르기 쉽지만, 오리온의 42년 된 장수제품 ‘초코파이’ 얘기다.
오리온은 25일 초코파이가 올해 상반기에만 국내 및 중국 등 국외법인 합산매출 2000억원을 올리며 누적매출 4조15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974년 출시된 초코파이는 97년 중국에 생산공장을 설립하며 국외 진출을 시작했다. 2006년에는 베트남과 러시아에 공장을 설립했다. 현재 미국, 브라질, 이란 등 60여개국에서 판매되며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초코파이가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에는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달달한 맛만 있는 게 아니다. 오리온은 ‘현지화’를 통해 맛을 유지하면서도 문화적 장벽까지 극복하는 노력을 해 왔다. 오리온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하지만 초코파이는 각 나라 환경에 맞춰 조금씩 다른 원료와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동남아나 중동 등 기온이 영상 40℃를 오르내리는 나라에서도 녹지 않고 유통돼야 하고, 영하 40℃까지 떨어지는 러시아에서도 얼지 않고 촉촉한 식감을 유지해야 한다. 현지에 최적화된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경쟁 제품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초코파이만의 기술력”이라고 말했다.
초코파이 맛의 핵심인, 파이 사이에 들어있는 하얀색 마시멜로에도 세계시장에서의 성공 비결이 숨어있다. 국내 판매 제품은 돈피에서 추출한 쫀득한 젤라틴 원료로 마시멜로를 만든다. 하지만 돼지고기를 금기시하는 이슬람권에서는 쇠고기에서 추출한 젤라틴을 쓴다. 쇠고기를 먹지 않는 힌두교 인구와 이슬람 인구가 섞여 있는 인도에서는 해조류에서 추출한 젤라틴을 쓴다.
초코파이는 2008년 처음으로 글로벌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 이후 ‘오!감자’, ‘예감’, ‘고래밥’ 등 스낵류 3종이 초코파이의 뒤를 이어 글로벌 매출 2000억원을 넘어섰다. 식품업계에서는 매출 1000억원이 넘는 브랜드를 ‘메가 브랜드’라고 부르는데, 오리온은 매출 2000억원이 넘는 이들 제품을 ‘더블 메가 브랜드’라고 부른다.
초코파이가 기술과 원료를 조금씩 달리하면서도 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맛을 내는 것과 달리, 다른 스낵류는 과감하게 현지인들 입맛에 맞추는 전략으로 시장을 파고들었다. 지난해 중국에서만 2370억원의 매출을 올린 오!감자는 국내에는 없는 스테이크맛, 치킨맛, 토마토맛, 망고맛으로 중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예감과 고래밥도 마찬가지다. 이런 제품들 덕분에 오리온은 2013년 중국 매출 1조원 시대를 열고 현지 제과업계 2위로 올라섰다. 베트남에서도 진출 10년 만인 지난해 누적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창립 60돌을 맞은 오리온은 초코파이 등의 성공을 발판으로 올해를 새로운 출발의 원년으로 삼고 제과기업을 넘어 식품회사로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농협과 국산 농산물을 이용한 프리미엄 가공식품 생산을 위해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