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디터석 정책금융팀 기자 안녕을 묻기에는 나라가 너무 시끄럽습니다. 홍만표 변호사와 진경준 전 검사장,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이르기까지 권력층의 온갖 비리가 가뜩이나 더운 여름에 불쾌지수를 높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뉴스타파>가 보도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심 동영상’마저 공개됐습니다. 오늘 말씀드릴 내용은 이 회장과 관련된 것입니다. 그간 이 ‘친절한 기자들’ 꼭지에 세 번 등판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삼성 관련 내용입니다. 첫번째는 삼성그룹의 연말 인사를 바라본 단상, 두번째는 지난 5월 서울고등법원의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 잘못됐다는 결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유쾌하지 않은 삼성 소식을 전하게 됐습니다. 사실 지난해 8월 말 동영상을 갖고 있던 이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돈을 요구하며 맛보기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겨레 취재보도준칙 36조’에 따라 취재보도 목적으로 전체 영상을 ‘구입’할 수는 없었습니다. 맛보기 영상과 몇 가지 자료를 들고 관련 취재에 나섰지만 완성품을 만드는 데는 실패해 끝내 사실을 전달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들이 만났다고 주장한 삼성 관계자들도 한결같이 “말이 안 된다”며 사실 자체를 부인했더랬죠. 지난 21일 마침내 동영상이 공개된 이후 <한겨레>는 후속보도를 했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동영상에서 여성들에게 건넨 수표가 ‘우리은행 삼성타운 지점’에서 발행된 것이고, 동영상 촬영자들이 2012년 상속 재산을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던 삼성과 씨제이(CJ)에 돈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또 삼성 관계자가 김인 전 삼성에스디에스(SDS) 사장 명의로 빌린 서울 논현동 빌라의 전세자금이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 특별검사 수사 때 드러난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힌 것도 보도했습니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의 성매매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 않으면서 ‘개인의 사생활’로 선을 긋습니다. 그리고 그룹 차원의 지원이 아니라 이 회장 개인 돈을 쓴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과거 삼성그룹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 회장을 꽁꽁 감싸던 모습과는 사뭇 다릅니다.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사실상 경영권 승계가 이뤄져서 그런가보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럼에도 삼성 쪽에서는 관련 보도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은 이후 겉으론 잠잠하지만, 미래전략실 임원들이 주말에도 쉬지 않고 출근을 하고 삼성을 잘 아는 사람들을 만나 향후 전망을 묻습니다. 그룹 차원의 개입 정황이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지, 병상에 누워 있지만 이건희 회장의 잘못된 개인사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인지는 아직 정확히 모릅니다. 그사이 사람들의 관심은 차츰 사그라져 가는 듯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 남은 의혹이 많습니다. 삼성은 개인 돈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에 대한 명확한 자료는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회장의 차명재산 역시 2014년까지 실명전환했다고 밝혔지만 관련 자료는 내놓지 않습니다. 또 동영상 촬영자들은 누구이고 어떤 목적으로 촬영했는지, 삼성과 씨제이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없는지 등도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아마도 다음번 등판에는 이런 의문을 속시원히 풀어드릴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한겨레>니까요.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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