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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전기료 누진제가 뭇매 맞는 세 가지 이유

등록 2016-08-10 18:03수정 2016-08-11 08:19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 논란 쟁점 정리
가정만 적용, 높은 누진배율, 한전 막대한 이익
야당 등 “누진제 유지하되 배율 낮추라” 요구
대기업들엔 연간 수천억원 할인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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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이후 최악의 불볕더위로 전기 사용량이 급증해, 지난 8일 전력 수요는 사상 최대치인 8370만㎾h 기록을 세웠다. 최대 전력 수요 기록은 올 여름에 네 차례나 고쳐졌다. 홈쇼핑 업체의 에어컨 판매가 목표의 2배를 훌쩍 뛰어넘었다는 소식도 나왔다. 시민들의 불쾌지수를 더욱 높이는 것은 주택용(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다. 사용량에 따라 12배까지 누진 요금을 내야 해 에어컨을 쉽게 켤 수 없다는 것이 시민들의 불만이다. 그러나 정부는 누진제를 완화하면 전력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 왜 가정용만 누진제 적용하나? 시민들의 첫번째 불만은 누진제가 가정용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전체 전력 수요의 15%인 가정용 전기요금은 1단계가 ㎾h당 60.7원으로 싼 편이지만, 최고인 6단계는 709.5원으로 1단계의 11.7배다. 반면 전체 전력 수요의 54.4%인 산업용은 누진제 적용 대상이 아니고, 계절별로 59.2~81.0원으로 변동 폭이 훨씬 제한적이다. 25.1%를 차지하는 일반용(상업용) 역시 계절에 따라 65.2~105.7원에 그친다. 가정에선 전기 소비량에 따라 요금이 급증하는데, 공장이나 상점 전기요금은 사용량이 늘어도 그에 비례해 늘 뿐이다. 상점들이 문을 열고 냉방을 할 수 있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의 박주민 의원은 6단계, 11.7배의 주택용 전기요금을 3단계, 2배로 제한하자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냈다. 박 의원은 “누진제 간소화로 인한 한전의 수익구조 악화는 산업용 전기료를 조정해 막을 수 있다. 지금은 대기업들이 전기요금을 할인받는 특혜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가정용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사용량 변동폭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용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산업용과 상업용은 1년 내내 수요가 비슷하다. 따라서 전기료 누진제를 적용해 수요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은 가정용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에 견줘 산업용 소비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가계에 부담이 집중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여론이 높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집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 전기 소비는 산업용(32.0%)과 가정용(31.3%)이 엇비슷하다. 산업용이 가정용 소비의 몇 배인 한국에서 과거 석유파동 등을 이유로 도입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가계의 희생으로 기업을 떠받치는 구조라는 ‘혐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산업부와 한국전력은 지난 10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이 76% 인상돼 이제는 원가 이상으로 공급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박주민 의원이 이날 한전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4년 한전이 대기업에 판 전기의 ‘원가 부족액’은 포스코 1596억원, 현대제철 1120억원, 삼성전자 924억원, 삼성디스플레이 634억원, 고려아연 563억원, 엘지디스플레이 532억원이다. 대기업들에겐 수요가 많다는 이유로 수천억원을 깎아주고 가정에는 누진요금을 물리는 것이다.

■ 12배는 지나치지 않나? 야당도 누진제의 완전한 폐지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의 누진율은 지나치다고 한다. 9일 산업부가 내놓은 ‘에어컨 사용에 따른 전기료 변화표’를 보면 실감이 된다. 4인가구가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을 때의 월 전기료가 5만3천원이라면,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3시간31분 쓰면 14만5천원, 12시간은 47만8천원, 24시간은 94만7천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기본 생활에 필요한 사용량까지는 기본요금으로 하고, 그 이상을 사용하는 경우에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본 사용량 개념이 없이 6단계로 급하게 요금을 올리니 불만이 생길 수 있다. 단계나 배율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용래 정책관은 “1~6단계의 배율이 12배에 이른 것은 저소득층 부담을 덜기 위해 1단계 요금을 원가의 4분의 1 정도로 너무 낮게 잡아 그렇다. 만약 1단계 요금을 유지하면서 배율을 줄이면 사실상 요금 인하가 되고, 과다 전기 소비자들에게 많은 할인을 해주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에어컨이 필수품화되고 다른 가전기기들도 보급이 확산되면서 전기 사용량이 늘었는데도 누진 체계를 그대로 두고 있다는 점도 정부가 민생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부르는 대목이다.

■ 한전, 11조 이익 내면서 누진제? 한전은 지난해 무려 11조346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올해 상반기에도 6조309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기 때문에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기록을 깰 가능성이 크다. 이런 영업이익 가운데는 누진제로 벌어들인 금액이 있고, 이를 어느 정도 완화해도 감당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와 한전은 “과거엔 한전이 적자를 볼 때도 많았다. 앞으로 발전 원료비가 늘어날 수 있고, 신재생에너지 투자도 해야 한다. 이익을 누진제 완화에 사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전의 이익 증가에는 석유 등 원자재 가격 하락도 한몫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전은 전력 생산 원가가 얼마인지는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밝히지 않은 채 가정용 누진제 구간의 1~4단계는 원가 이하로 전기를 쓴다고만 설명하고 있다. 원재료 값이 크게 떨어졌는데도 불볕더위로 고생하는 시민들의 전기료 조정 요구를 정부나 공기업이 외면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디스팩트 시즌3#15_전기료 폭탄, 누진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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