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경남 창원의 엘지전자 에어컨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제품을 만드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엘지전자 제공
계속되는 폭염에 에어컨 업체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밀려드는 주문에 예전 같으면 벌써 중단했을 공장 가동을 계속하는 것도 모자라 야근과 특근까지 하며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 이번 폭염이 에어컨 없이는 못견딜 정도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엘지(LG)전자는 밀려드는 에어컨 주문에 생산라인을 8월 셋째주까지 연장했다고 11일 밝혔다. 상황에 따라 추가로 더 연장할 수도 있다. 통상적으로 에어컨과 선풍기 같은 냉방기기 제조업체들은 더운 여름을 6~8월로 잡고 7월까지만 공장을 가동한다. 하지만 올해는 8월 들어서도 주문이 쇄도해 공장을 계속 돌리고 있다. 엘지전자 나주영 차장은 “주문 폭주로 야근과 특근까지 하는 풀가동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에어컨 판매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에어컨 시장은 150만대 정도였는데, 올해는 200만대를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름 가전업체들은 날씨에 따라 다같이 웃거나 운다”며 “더위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우리 회사는 물론이고 삼성전자, 대우위니아, 동부대우, 캐리어 등 모든 업체가 함빡 웃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분석을 보면, 올해 에어컨 판매량 가운데 3분의1 정도는 교체 수요다. 지난해 에어컨을 켰다가 ‘전기요금 폭탄’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전력 효율성이 높은 신제품으로 바꾸는 것이다. 엘지전자는 “올해 새로 내놓은 에어컨은 ‘인터버 컴프레서’를 채택해 에너지효율을 3배 이상 높였다. 이전의 ‘정속 컴프레서’ 장착 에어컨에 견줘 전기 사용량이 63%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에게 가혹한 전기요금 누진제가 에어컨 업체들의 장사를 돕고 있는 꼴이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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