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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전기요금 누진제 간단치 않지요

등록 2016-08-12 20:32수정 2016-08-12 20:37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김규원
경제에디터석 산업팀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에서 산업부와 에너지를 담당하는 김규원입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를 출입하면서 ‘이층버스’에 대해 쓴 뒤 오랜만에 이 코너에서 뵙는군요. 제가 이번에 다루는 문제는 한창 뜨거운 현안인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입니다.

이 문제는 폭염이 계속되던 지난주 불거졌습니다. 언론 매체들의 보도가 잇따랐고,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특히 지난 9일 산업통상자원부 채희봉 에너지자원실장이 “누진제 개편은 어렵다”고 밝힌 것을 계기로 민심은 더욱 성이 났습니다. 11일 박근혜 대통령이 여론을 수용하자, 산업부가 뒤늦게 올여름 누진제 경감 방안을 발표하면서 조금 잠잠해진 상황입니다.

주택용(가정용) 전기료 누진제란 전기를 많이 사용할수록 더 많은 요금을 내도록 하는 것입니다. 1974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 석유위기 때 전기 과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는 모두 6단계로 돼 있고, 6단계 요금은 709.5원으로 1㎾h당 60.7원인 1단계 요금보다 11.7배나 더 비쌉니다.

시민들의 공분을 일으킨 누진제의 문제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가정용에만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산업용은 계절에 따라 1㎾h당 59.2~81.0원, 일반용(상업용)은 65.2~105.7원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이유에 대해 “가정용의 수요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가정용이 산업용보다는 계절에 따른 수요 변동성이 크지만, 일반용(상업용)과 비교해서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설득력 있는 설명은 아닙니다.

성난 민심의 둘째 이유는 누진제의 배율이 무려 11.7배에 이른다는 점입니다. 이 배율은 2005년 이후 적용된 것이고, 1979년에는 19.7배까지 올라간 적도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누진제 도입 이전인 1973년까지는 전기를 많이 쓸수록 오히려 요금이 낮아지는 역진제 방식을 취했다는 점입니다. 지금도 기업들에는 많이 쓸수록 더 많이 할인해주는데, 이 또한 시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배율과 관련해서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가정용 전기료는 전체 사용량 구간의 요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전체 사용량을 구간별로 나눠 각각 다른 요금을 냅니다. 이를테면 전기 사용량이 600㎾h라면 6단계(㎾h당 709.5원)에 해당하는데, 600㎾h 전체에 대해 6단계 요금을 내는 것이 아닙니다. 6단계 구간(501㎾h 이상)에 해당하는 100㎾h에 대해서만 6단계 요금을 냅니다. 따라서 600㎾h 사용했다고 100㎾h만 사용한 사람의 12배를 내는 것은 아닙니다. 대략 4.9배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이런 높은 배율과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2013년 감사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고,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같은 해 담당 부처인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를 개선하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유야무야됐습니다. 당시 야당이 ‘부자 감세’라며 반대한 것이 주된 이유라고 합니다.

‘부자 감세’ 우려는 현실과 맞지 않는 지점도 있습니다. 현재의 기본 구간인 1단계 사용량이 100㎾h 이하로 너무 낮게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2015년 한국의 가구당 월평균 사용량이 229㎾h인데, 이는 3단계에 해당합니다. 3단계 요금은 1단계보다 3.1배나 더 비쌉니다. 그래서 시민들이 올여름 에어컨을 사용할 때 엄청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지요.

올해 7~9월 누진제 완화로 전국 2200만가구는 월평균 6천원 정도 전기료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에어컨을 하루 8시간 쓰면 월 7만9천원이 늘어납니다. 경감액은 턱없는 수준입니다. 아직 정부는 누진제 전면 개편에 소극적입니다. 전기 과소비를 부추길 수 있고, 1~2단계 사용자들의 반발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과연 박근혜 정부는 이런 부담을 무릅쓰고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 개선에 나설까요?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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