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아닌 전체 채무비율 사용, 한국은 낮추고 국제값은 높여
기획재정부가 우리나라 재정 건전성의 비교 잣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채무비율’이 아닌 ‘전체 채무비율’을 사용한 것은 단순한 착오라 하더라도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재정 건전성을 과도하게 높게 평가해 자칫 무리한 재정 운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오이시디를 하나의 국가로 가정해 산출한 전체 채무비율은 채무가 많은 일부 국가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오이시디 국가채무비율은 평균 값이나 전체 값 두가지 지표가 모두 상승했으나, 그 폭은 확연히 달랐다. 회원국 평균 비율은 2007년 55.8%에서 2015년 88.3%로 32.5%포인트 상승했으나, 같은 기간 오이시디 전체 비율은 74.5%에서 115.5%로 41.0%포인트나 뛰었다. 이는 회원국들 가운데 국가채무가 많은 편인 일본과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국가채무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실제 일본과 미국은 해당 기간 동안 채무비율이 각각 67.6%포인트, 48.7%포인트씩이나 뛰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통상 국제기구 통계를 비교 잣대로 쓰는 목적이 개별 국가의 재정 운용 상태를 우리와 비교하기 위해서”라며 “이런 점에서 재정 운용 전략을 수립할 때 따져보는 기본 지표인 국가채무비율도 오이시디 (전체 값이 아닌) 평균 값이 비교 잣대로 적절하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재정 통계와 관련해 오이시디 지표를 자의적으로 활용하는 행태마저 드러내고 있다. 기재부는 오이시디 평균 채무비율을 언급할 땐 오이시디의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담긴 지표를 가져오지만, 매달 발간하는 <재정동향> 등 정작 각 국가별 채무비율을 소개해야 할 때는 오이시디가 취합한 <국민계정 통계>를 인용한다. 국민계정 통계는 각 회원국이 보고한 정보를 오이시디가 그대로 싣고 있으나,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는 각국이 제시한 정보에 오이시디 사무국이 자체적으로 파악한 정보를 토대로 재가공한 지표가 담긴 점이 다르다.
흥미로운 건 국민계정 통계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실린 우리나라 채무비율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대목이다. 국민계정 통계 기준으로 우리나라 채무비율은 2014년 41.8%이나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선 43.7%로 실려있다. 결과적으로 기재부는 한국의 채무비율은 수치가 좀더 낮은 국민계정 통계를 인용하면서도, 비교 잣대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정부와 달리 오이시디는 국가별 국가채무 비교를 할 때 공식적으로 채택하는 첫번째 기준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나 국민계정 통계 둘다 아니다. 오이시디가 투자자 등 일반인들이 쉽게 살펴볼 수 있게 만든 별도 통계 사이트(dara.oecd.org)에선 해마다 오이시디가 발간하는 <한 눈으로 보는 정부>(Government at a glance) 보고서를 기준으로 국가별 채무비율을 소개한다. 이 보고서엔 우리나라의 2014년 채무비율은 43.7%, 오이시디 평균 채무비율은 86.5%이다. 우리 정부는 오이시디가 대표적으로 활용하는 국가채무비율 비교 통계는 국내에서 소개하거나 정부 발간 자료에 인용하지 않고 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 OECD 2016년판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 담긴 국가별 국가채무비율. 아랫단 ‘OECD-Total’은 OECD 전체 국가채무비율값으로 OECD 평균 채무비율과는 다름
* OECD가 각국가에서 취합한 국가채무비율을 재가공없이 그대로 올려놓은 국민계정 통계 자료
* OECD가 가장 널리 쓰는 국가별 국가채무비율 통계. OECD는 OECD 평균 국가채무비율값을 이 페이지에서만 제시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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