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법인이 해당 지역 한국대사관에 새로 부임한 영사에게 10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하면 김영란법에 의해 처벌되나?”
“해외 신제품 발표회 때마다 기자들에게 숙식료와 기념품을 제공하는데, 이제 불법인가?”
18일 서울 남대문로4가 상공회의소회관에서 열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김영란법) 관련 기업설명회에서는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대한상의는 김영란법 시행을 40여일 앞두고 기업의 혼선 방지와 ‘피해’ 최소화를 위해 설명회를 열었다. 대형 행사장이 500여명의 참석자들로 꽉 차, 서서 듣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관심이 컸다. 기업 참석자의 소속도 법무실·준법감시실·인사부·재무팀·영업부서 등 다양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김영란법이 특정 부서가 아니라 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단지 기업, 공직사회, 언론사뿐 아니라 한국의 사회 시스템과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 같다”고 말했다. 참석 기업도 현대차·에스케이(SK)·엘지(LG)·롯데 등 대기업부터 중소·중견기업까지 다양했다. 재벌그룹의 경우 여러 계열사에서 복수로 참여하는 사례도 많았다. 반면 삼성은 공식적으로 참석 신청을 안 해, 이미 상당한 준비가 돼있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낳았다.
설명회는 국민권익위의 법령 설명과 로펌 김앤장의 주제발표 뒤 참가 기업의 질문으로 이어졌다. 질문 중에는 “직무와 관련된 공무원에게 회사 비용이 아닌 개인 돈으로 식사·선물·경조사비를 제공해도 법에 저촉되냐”거나 “배우자가 공직자이고, 회사에서 구매 업무를 맡고 있는데 납품업체에게 금품을 받으면 무조건 처벌받냐”처럼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들이 적지 않았다. 상의는 사전질문을 받았는데 50여개 기업으로부터 100건 이상 질문이 쏟아졌다고 한다. 상의는 답변이 어려운 사항은 국민권익위에 문의했는데, 일부 내용은 국민권익위도 분명한 답변을 못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권익위는 괜찮다고 해도 법원이나 검찰은 위법으로 볼 수도 있다”며 “시행 전에 명확한 해석이 나오지 않으면 큰 혼선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앤장은 혼선을 방지하고 양벌규정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며, 리스크 사전 점검과 내부 규정 정비, 모니터링 시스템과 감사체계 구축 등 ‘6대 과제’를 제시했다. 백기봉 변호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법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경영자들의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며 “법보다 높은 수준의 규범을 스스로 실천하는 선진 기업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참석자는 “특정 공직자에게 제공하는 경조사비 전체 금액이 10만원을 넘으면 안 되는데, 임직원이 3만명에 육박하는 회사에서 일일이 파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선별적 법집행과 경쟁 업체에 의한 악의적 제보 등의 부작용 가능성도 제기됐다.
상의는 서울 설명회를 시작으로 9월 초까지 부산·대구·대전·광주·전주 등 전국 10개 도시에서 설명회를 연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