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채무비율에 입닫고
채무 줄이기만 강조
국제 비교만 할 뿐 비교 목적은 실종
채무 줄이기만 강조
국제 비교만 할 뿐 비교 목적은 실종
“국가 간 부채 수준 비교시 경제력 차이 등을 고려한 가중평균치가 적실성 있는 부채 수준의 비교에 적합하다. (기획재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식 통계를 일관되게 인용해왔다.”
지난 18일 기획재정부는 보도 해명자료를 내어 이렇게 밝혔다. 앞서 <한겨레>는 정부가 인용해온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국가채무비율이 사실은 (산술) ‘평균값’이 아니라 (가중평균인) ‘전체값’이었으며,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채무 수준 국제 비교 잣대가 20%포인트 이상 부풀려져 있다고 보도했다.(<한겨레> 8월18일치 1·15면)
이런 해명은 기재부가 그간 스스로 발표해 온 공식 자료를 꼼꼼히 검토하지 않고 낸 것 같다. 기재부는 지난해 4월7일 발표한 ‘2014회계연도 국가결산 결과’ 보도자료에서 산술평균값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을 평가했다. 당시 자료를 보면, 2014년 현재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D1 기준)은 35.7%이며 오이시디 평균 채무비율은 74.1%로 돼 있다. 정부가 보도 해명자료에서 “적실성 있는 국가 간 비교 잣대”로 밝힌 가중평균값(전체값)은 110.9%이나, 지난해 4월 자료에는 이 값을 쓰지 않았다.
문제는 일관성을 잃은 국제 통계 인용에 그치지 않는다. 심각한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정부나 학계에서 우리나라의 채무 수준을 주요국과 비교하는 이유는 우리의 채무 수준이 주요국에 견줘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세계적 눈 높이에서 우리나라의 ‘적정 채무’ 수준을 가늠해보고, 이를 바탕으로 재정 운용을 하기 위해서란 뜻이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적정 채무 수준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이달초 기재부가 발표한 재정건전화법 입법예고안에서 향후 5년간 우리나라의 채무비율을 45% 선에서 관리하겠다는 뜻을 밝히긴 했으나 관리 한계점으로 45%를 제시한 근거는 취약했다. 1990년대 초 유럽연합(EU) 출범의 토대가 된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끌어왔을 뿐이다. 20년도 더 된 낡은 이 조약은 채무비율 60%를 회원국 가입과 유지의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이 기준은 현재 유럽에서 그 효용성을 상실한 지 오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회원국 대다수가 이 기준을 넘어서고 있는 탓이다.
지난해 말 장기재정전망을 발표할 때 정부가 제시한 우리나라 채무비율 관리 목표는 40%였다. 물론 이 당시에도 관리 목표가 왜 40%인지에 대해 별다른 설명은 없었다. 단순히 다른 나라에 견줘 우리나라의 재정 여력은 충분하다는 사실만 강조했을 뿐이다. 여하튼 그 이유는 대지 않으면서 채무 비율 관리 목표점은 40%(장기재정전망)에서 45%(재정건전화법)로 5%포인트 뛰었다.
국가채무는 미래 세대의 부담이 될 수 있으며, 그 수준에 따라 우리 경제를 흔들 수도, 강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기에 그 비교 잣대는 일관돼야 하며, 동시에 그 비교에 따라 적정 수준의 채무 수준을 정부는 납세자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이런 일을 정부는 하지 않고 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2014년 국가결산 보도자료에서 기획재정부는 OECD 평균을 산술평균(74.1%) 기준으로 소개했다.
기재부는 올해 4월 2015 국가결산 보도자료에선 OECD 평균을 가중평균(전체값·115.2%) 기준으로 인용했다.
연재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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