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내부자들’의 담합구조는 과연 깨질까

등록 2016-09-02 20:18수정 2016-09-03 12:27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에 연루돼 변호사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스(뉴스컴) 대표가 지난 8월27일 새벽 구속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에 연루돼 변호사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스(뉴스컴) 대표가 지난 8월27일 새벽 구속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곽정수 경제에디터석 산업팀 선임기자 jskwak@hani.co.kr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의 비리 사건을 지켜보며 영화 <내부자들>을 떠올리는 국민이 적지 않다. 그 이유가 뭘까?

사건의 발단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영비리 수사다. 남상태 전 사장은 2009년 산업은행 등에 연임 로비를 한 혐의로 구속됐다. 홍보대행사 뉴스컴의 박수환 대표는 로비를 도와주고 특혜성 일감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송 전 주필도 청탁을 하고 금품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다. 2011년 대우조선의 돈으로 호화 유럽여행을 하고, 지난해 말 청와대에 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의 연임을 부탁했다는 의혹도 새누리당 의원과 청와대에 의해 제기됐다.

영화 ‘내부자들’은 유력 대선후보인 국회의원과 청와대 민정수석 등 정치권력, 재벌 총수인 기업권력, 유력 신문사 주필인 언론권력, 사정기관인 검찰의 유착 비리를 그렸다. 이번 사건의 등장인물도 연임 로비를 부탁한 기업인, 청탁을 해준 언론인, 청탁을 받은 권력 등으로 비슷하다. 공익을 위해 써야 할 권한을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한 혐의도 닮은꼴이다.

영화 개봉 당시의 뒷얘기가 흥미롭다. 송 전 주필에게 지인들이 “영화 속 조국일보 이강희 주간이 바로 당신 아니냐”고 물었다고 한다. 사실 조선일보는 오래전부터 ‘내부자들’로 지목됐다. 얼마 전 별세한 방우영 조선일보 고문은 현역 시절 정·관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밤의 대통령’이었다. 최근 아는 기업인이 전화를 걸어 왔다. “이번 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국민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지금도 ‘밤의 대통령’ 행세를 한다. 정부·검찰·정치권 인사들과 수시로 만나 기업수사와 세무조사, 고위층 인사에 개입하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사건 배경에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리 의혹 보도를 둘러싼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갈등이 있다. 조선일보는 우병우 처가 소유 땅 매매 관련 특혜 의혹을 처음 보도했다. 청와대는 “일부 언론 등 부패한 기득권 세력과 좌파의 대통령 흔들기”라며 흥분했다. 청와대와 조선일보가 지금은 싸우지만, 원래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은 ‘내부자들’ 멤버다. 청와대는 송 주필의 대우조선 고위층 연임 청탁 건을 폭로했는데, 서로 모르는 사이에는 청탁이 불가능하다. 이번 일이 있기 전에는 둘 사이가 매우 긴밀했음을 보여준다. 2013년 청와대 눈 밖에 난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아들 논란으로 쫓겨날 때도 조선일보는 처음 의혹 보도를 했다. 야당은 청와대가 채 총장을 찍어내려고 정보를 흘려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지금 새누리당 의원이다.

우 수석과 송 전 주필도 이전에는 우호적 관계였을 가능성이 높다. 우 수석은 변호사 시절 효성 총수 일가 갈등 사건에서 조석래 회장의 차남을 변호했다. 이때 박수환 대표는 언론홍보를 맡았다. 또 우 수석은 검사 시절 김준규 전 검찰총장의 인사청문회 준비팀장을 맡았다. 김 전 총장과 친분이 깊은 박 대표도 도왔다. 박 대표와 송 전 주필은 20년 가까이 친밀한 관계다. 박 대표를 매개로 송 전 주필과 우 수석이 ‘한통속’이었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세간의 관심은 청와대-조선일보 대립, 우병우-송희영의 비리에 쏠려 있다. 하지만 본질은 정치·자본·언론권력 등 우리 사회의 기득권 세력, ‘내부자들’의 담합 구조다. 이런 ‘내부자들’의 유착 비리가 샅샅이 드러나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게 될까? 그러려면 제대로 된 검찰 수사가 선결 과제다. 하지만 그런 기대를 하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검찰이 송 전 주필을 출국금지시키고, 계좌추적을 하며 의지를 보이는 듯싶지만 ‘내부자들’이 다시 손잡는 순간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 언론도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은 ‘팔이 안으로 굽어서’ 그런지, ‘제 발이 저려서’ 그런지, 소극적 보도로 일관한다. ‘내부자들’의 유착을 막는 김영란법 시행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