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훈 국가권익위원회 위원장(사진)은 ‘청탁금지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이 있었다면 1999년 유치원생 등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씨랜드 참사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법시행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했다.
성 위원장은 21일 오전 대한상의 초청 조찬간담회에서 시행을 일주일 앞둔 김영란법에 대해 “핵심 내용은 부정청탁을 하지도 받지도 말고, 공짜 밥과 돈, 술, 골프접대를 받지 말자는 것”이라면서 “낯설고 불편하고, 초기에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한국이 투명사회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성 위원장은 “김영란법이 있었다면 1999년 유치원생 등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도 화성 씨랜드 수련원 화재 참사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당시 운영업체쪽과 관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사이에 이뤄진 부정청탁과 검은돈 거래를 지적했다. 성 위원장은 씨랜드 수련원이 1층 건물 위에 22개 컨테이너 박스를 올린 임시건물로 청소년 캠프용으로 허가를 내줄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업체가 해당 지자체 간부와 결탁해 담당 계장에게 지속적으로 압력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또 담당 계장이 수차례 금품을 되돌려보냈지만 상사의 부당한 압력과 협박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허가를 내줬는데, 만약 당시 ‘김영란법’이라는 방패가 있었다면 이런 탐욕이 낳은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 위원장은 댄 애리얼리 미국 듀크대 교수의 책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에 나오는 “(세상 사람들의) 98%는 조건이 제대로 갖춰진 상태에서만 정직한 사람으로 남는다”는 표현을 소개하며, 청렴하고 투명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외부감독과 내부통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란법이 단지 부정청탁·금품수수를 처벌하기 위한 몽둥이가 아니라 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정직한 사람들을 정직한 상태로 계속 남아있게 하기 위해 필요한 ‘자물쇠’이자 ‘방패’라는 것이다.
성 위원장은 “일부 연구기관(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서 김영란법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11조6000억원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지만 이를 믿지 않는다”며 “만일 이 같은 피해 추산을 믿는다면 더더욱 법이 필요하다는 논거 밖에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성 위원장은 “(일각에서) 가정의례준칙처럼 이 법이 사문화되기를 바라는 입장도 있지만 범법행위를 봤을 때 신고하겠다는 사람들이 70%가 넘는 상황이라 사문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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