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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현장에서] 담담한 경제정책방향을 ‘유일호’에 바란다

등록 2016-11-24 16:05수정 2016-11-24 21:23

경제부처의 한 과장급 간부는 최근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한 곳인 무디스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한 마디’ 할까 봐 노심초사했는데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아서라고 했다. 실제 이번 게이트에 대해 여러 외신들은 앞다퉈 보도하고 있으나, 주요 신용평가기관들은 별다른 코멘트를 하지 않고 있다. “안 그래도 트럼프 당선 이후 장기채 금리가 오르고 외국인 자금은 빠져나가고 있어요. 신평기관에서 정치 리스크를 강조하고 나서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거 참 다행이에요.” 정말 다행이다.

게이트 파문이 수그러들기는커녕 갈수록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형국이니 신평기관의 ‘침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에선지 이번주 들어 관가 안팎에선 “경제부총리라도 먼저 세우라”란 목소리가 부쩍 많이 나온다. 청와대는 쑥대밭이 되어도 부총리라도 든든하면 한국 경제에 몰려올 파고는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묻어있는 주장이다.

일리 있다 싶으면서도 고개가 갸웃거리는 것도 사실이다. 일단 부총리만 바뀌면 다 죽어가는 한국 경제가 벌떡 일어설지 확신이 안 선다. 현재의 ‘구조적 장기 침체’는 그 뿌리가 매우 깊은 고약한 병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골든 타임’을 놓쳐선 안 되나, 지금껏 정부나 주변 전문가 그룹에서 병을 치유할 만한 ‘정책’을 내는 걸 보지 못했다. 그간 미봉책만 반복되지 않았나.

‘선 경제부총리론’이 내키지 않는 두번째 이유는 ‘사람’ 때문이다. 부총리를 먼저 세우라는 주장은 좀더 풀어 말하면 임종룡 금융위원장에게 경제사령탑 열쇠를 주라는 것이다. 임 위원장이 ‘현재’ 부총리에 적절한 인물일까. 초임 사무관 때부터 승승장구해온 정통 관료를 향한 기대감은 ‘막연’하나, 비정상적 국정 운영의 중심에서 그가 일한 사실은 ‘명확’하다. 공동 책임은 유 부총리나 임 위원장이나 다를 바 없는데, 막연한 기대감으로 임 위원장을 ‘현재’ 부총리로 굳이 세울 이유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드는 생각은 ‘그냥 유일호 부총리가 이 혼미한 정국이 끝날 때까지 본인이 싫든 좋든 좀더 일하는 게 낫지 않나’란 것이다. 유 부총리가 미덥지 않다고 생각하는 쪽도 있겠으나 최소한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막아낼 지도력은 있고, 설령 없더라도 ‘시스템’이 뒷받침해줄 것으로, 나는 믿는다.

안정된 국정의 힘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할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국가 안위’와 ‘자신의 안위’를 구분하지 못하며 그 자리 그대로 앉아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그 기회를 발로 차버리고 있다. 경제에 앞서 민주주의와 헌법의 위기가 더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수십 수백만명의 국민은 주말마다 촛불을 든다. 유 부총리가 마음을 고쳐먹고 ‘할 수 있는 일’만 추려내어 다음달 말 ‘2017년 경제정책방향’을 내놓길 바란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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