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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아버지가 만든 전경련, 딸과 함께 사라질까요

등록 2016-12-09 21:05수정 2016-12-09 21:15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박현정 디지털뉴스팀 기자 saram@hani.co.kr

‘정유라 강아지’로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했을지 모를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는, 철옹성 같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까지 휘청이게 만들었습니다. 전경련이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 설립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재벌 사이를 오가며 모금 창구와 심부름 센터 역할을 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최순실에게 300억원가량을 지원한 것이 밝혀져 위기를 맞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6일 국회 청문회에서 할아버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만든 전경련 탈퇴, 회비 납부 중단을 선언하기에 이릅니다. 앞서, 전경련 회원사로 활동하던 공공기관 17곳 가운데 9곳도 탈퇴 처리를 끝냈습니다.

안녕하세요. 디지털뉴스팀에서 디지털 전사로 거듭나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박현정입니다. 지난 5월 ‘공공기관 17곳이 전경련 회원사로 수십년간 활동했다’는 기사를 쓰는 바람에 ‘친절한 기자들’에 강제소환된 듯합니다. 따져보면, 재벌 회장님들 사모임에 불과한 전경련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단체로 군림했습니다. 올해 여름까지만 해도, 탈퇴시켜달라는 공공기관들에 “회원으로 남아 국가와 국민경제 발전에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그러니까 함부로 나갈 수 없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낼 정도였지요.

전경련의 뿌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시대에서 시작됩니다. 1960년 4·19 혁명 이듬해 국회에선 부정축재자 특별처리법이 통과되는데요. 이러한 법이 만들어진 지 두달도 되지 않아 5·16 쿠데타가 일어납니다. 군부는 부정축재 혐의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를 비롯해 재벌 기업인 11명을 구속하기로 합니다. 당시 일본에 머물고 있던 이병철은 재산 헌납을 선언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박정희를 만나 ‘처벌 대신 경제 건설의 일익을 담당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요. 이렇게 처벌을 면한 기업인들은 군부의 요구에 따라 1961년 7월 경제재건촉진회를 만들고, 한 달 뒤 한국경제인협회로 간판을 바꿔 달아 이병철 초대 회장을 선출합니다. 1968년 한국경제인협회의 이름은 전경련으로 바뀝니다.

주요 재벌 총수들이 모인 전경련은 군사독재 정권이 주도하는 산업화 정책에 보조를 맞췄습니다. 전경련은 재벌들이 자신의 요구사항을 정부에 전하는 창구이기도 했지요. 김영삼 정부 시절,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재벌 총수들이 수십~수백억원을 뇌물로 준 사실이 드러나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문어발식으로 기업을 확장한 재벌이 1997년 환란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전경련의 위상에도 조금씩 금이 갔습니다. 참여정부 들어서는 기업들이 정부에 정책 건의를 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시기 전경련 내부에서도 유독 삼성 이익만 대변하는 ‘삼경련’(삼성+전경련)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면서, 무용론이 제기됐습니다. 급기야 2007년엔 회장 선출이 무산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지요.

그러나 ‘이명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경련은 옛날 방식으로 정권의 힘을 빌려 기사회생합니다. 2007년 대선 당시 전경련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었습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불거지기 이전, 전경련이 선교재단을 통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어버이연합)에 수억원의 뒷돈을 댔다는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이 사건의 진상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지요.

2015년 ‘전경련 수입·지출 결산서’를 보면, 전경련이 회비로 거둔 수익은 일반회계(217억원)·사회협력회계(275억)를 합쳐 약 492억원에 이릅니다. 전경련은 사회협력회계를 통해 사회단체 지원에 나섰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단체에 돈을 냈는지는 수입·지출결산서엔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전경련은 임대료 등으로도 연간 100억원가량의 수익을 거두고 있었습니다. 5대 재벌이 전경련에 내는 1년 회비는 약 200억원으로, 삼성의 경우 연간 70억원의 회비뿐만 아니라 수십억원의 기부금을 따로 내고 있다고 합니다.

삼성과 에스케이(SK) 등의 탈퇴는 전경련에 역대급 치명타를 안겨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박정희 시대에 태어난 전경련이, 박근혜 시대의 몰락과 함께 역사에서 사라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전경련은 현재 자체적으로 싱크탱크로의 전환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데요. 경제개혁연대는 7일 “주요 회원사들도 전경련의 역할을 부정하고 있는 만큼 스스로 해산하라”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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