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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AI 전국 초토화…‘늑장 방역’에 세질 대로 세진 바이러스

등록 2016-12-19 17:04수정 2016-12-20 01:17

1910만8천마리 살처분…전국 닭·오리 12% 사라져
두 가지 종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동시 유행
일본, 야생조류 AI 발견 즉시 위기경보 최고 상향
한국은 한달만에 올려…“정부 안이한 대응” 지적
올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6형 AI) 피해 규모가 발생 한달 만에 2014년 6개월간 누적된 피해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2014년은 올해 이전에 사상 최악의 피해를 기록했던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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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경기 안성천의 야생조류 분변에서 검출된 다른 형태의 조류인플루엔자(H5N8형)마저 고병원성으로 확인됐고,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사상 처음으로 에이아이에 감염된 조류가 나와 비상이 걸렸다. 에이아이는 점점 강해지고 있는데, 정부 방역 체계는 총체적인 부실을 나타내고 있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현재까지 닭·오리 1668만6천마리가 살처분됐고, 242만2천마리가 살처분 진행 중이다. 에이아이 발생 한달 만에 살처분 규모가 1910만8천마리로 2천만마리에 육박하게 되는 것이다. 올 9월 기준 전국에 사육 중인 닭·오리가 1억6526만마리(닭 1억5649만마리, 오리 877만마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12%가량이 사라진 셈이다. 살처분 규모로만 따졌을 때 역대 최악이었던 2014년(1400만여마리)을 넘어선 지 오래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두 가지 종류의 고병원성 에이아이가 동시 유행하게 될 위협에 직면했다. 지난 13일 경기도 안성천에서 채취된 야생조류의 분변 시료를 정밀 검사한 결과, ‘H5N8형’ 고병원성 에이아이로 최종 확진됐다. H5N8형의 경우 2014년에 유행하던 바이러스로 잠복기가 길다는 특징이 있다.

동물원도 뚫렸다. 서울대공원은 지난 16~17일 폐사한 동물원의 황새 2마리의 조류인플루엔자 중간검사 결과 감염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내 동물원 조류가 에이아이에 감염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기섭 서울대공원 동물원장은 “동물원 옆 청계 저수지에도 원앙 70~80마리가 있다. 그들과 접촉이 있지 않았을까 추정한다”고 말했다.

올해 유행이 시작된 에이아이(H5N6)는 감염 속도가 빠르고 조류에 치명적이다. 바이러스는 계속 변이하면서 강해졌는데, 정부의 방역 체계는 개선되지 못하고 총체적으로 부실했던 게 이번 피해 규모를 키웠다. 가까운 일본 정부의 대응 수준과 피해 양상을 보면, 우리 정부의 허술함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정부는 올해 피해가 역대 최대가 될 것임이 확인된 뒤인 지난 16일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에이아이 발생 한달이 지나서다. 일본은 우리와 발생 시점은 비슷했지만 대처가 크게 달랐다. 지난달 21일 야생조류 분변에서 에이아이가 검출되자 바로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로 올려 방역 작업에 들어갔다. 같은달 28일 의심 신고가 들어온 날 확진 판정까지 나오고, 다음날 자위대가 들어가 살처분 작업을 했다. 아베 총리는 즉각 연락센터를 설치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농수산성 산하 에이아이 대책본부가 설치되고, 자민당도 별도로 대책본부를 만들었다. 에이아이는 전염성이 강해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일본은 3개 지역 5개 농장에서 닭·오리 78만여마리가 살처분됐다. 물론 일본은 닭 사육 밀집도가 우리보다 낮고, 오리를 거의 키우지 않는다는 점도 피해가 적은 이유로 꼽힌다.

이에 더해 정부 대책은 오락가락하기까지 했다. 에이아이에 대한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한 지난 15일에 에이아이 확산을 막으려고 유통을 금지했던 살아 있는 닭의 유통을 허용했다. 토종닭을 키우는 농가들이 닭을 출하하지 못해 불만을 표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에이아이가 퍼질 수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농림부는 17일부터 다시 유통을 금지했다.

인력 부족으로 살처분이 지연되는 것도 문제였다. 24시간 안에 살처분이 돼야 하는데 일주일 이상 걸리는 곳도 있다.

지자체의 대처도 미흡했다. 정부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일까지 에이아이 발생·인접 시군의 방역 상황을 감찰한 결과, 총 11개 시군에서 방역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예컨대 에이아이가 처음 발생한 전남 해남군은 서류에는 군 내 방역대책본부 설치를 기재했지만 실제로는 운영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거점소독시설도 발생지에서 20㎞나 떨어진 축산시설에 지정하는 어처구니없는 방역행정을 했다. 전국 25개 기초자치단체는 가축방역관이 아예 없는 등 방역 인력의 부족도 심각한 실정이다.

김재홍 서울대 교수(수의학)는 “방역 체계가 총체적으로 부실했다. 정부는 진작에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올리고 특단의 대응을 강구해야 했는데 지나치게 안이했다”며 “지자체 방역도 제대로 돌아가는 곳이 많지 않고, 농가의 방역 인식도 약했던 것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에이아이는 2003년 이후 연례행사처럼 찾아와 피해가 반복됐는데도, 정부의 대응은 10년 넘게 안이했던 셈이다.

김소연 최우리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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