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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현장에서] 유일호, 소득 위기와의 백병전에 나서라

등록 2017-01-12 15:07수정 2017-01-12 22:03

13일은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취임 1주년이다. 유 부총리는 1주년을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맞는다. 관례로는 1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기재부 직원이나 기자들과 회식을 하지만, 그에겐 그럴 여유가 없다. 경제가 처한 상황이 엄중한 탓이다. 특히나 거대한 불확실성으로 등장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동향을 가까운 거리에서 파악하기 위한 국외 출장은 뭐라 말하기 어렵다.

기자는 지난 1년 동안 유 부총리를 향한 기자칼럼을 두번 썼다. “순둥이 부총리에 대한 아쉬움”(2016년 6월30일치)과 “담담한 경제정책방향을 ‘유일호’에 바란다”(2016년 11월25일치)란 글이다. 앞에 글은 자잘한 경제정책만 담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답답함을, 뒷 글은 금융위원장을 유 부총리 후임으로 청와대가 지명하면서 불거진 경제수장 혼란 상황에 유 부총리가 키를 잡으라는 취지를 담았다.

두 칼럼에서 공통적으로 담은 말은 이런 거였다. ‘부총리가 경제를 쥐고 흔들던 시대는 흘러갔으니 그런 기대는 접자. 그런 요구나 압박에 유 부총리가 좌고우면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은 1997년 외환위기 뒤 기업 부실을 일사분란하게 털어낸 이헌재 전 부총리와 유 부총리를 많이 비교한다. 하지만 이헌재 방식은 당시 그의 참모들도 오늘날엔 통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부실 채권을 몇몇 은행들만 들고 있던 시대엔 은행장 몇명만 다잡으면 구조조정이 일사천리가 되지만, 직접금융시장이 발달한 오늘날은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든 채권자들이 넘치지 않는가. 기자는 사람들의 ‘이헌재 향수’에서 민주주의를 갈망하나 전제국가식 경제정책을 기대하는 이중성에 종종 당혹감을 느낀다.

이번엔 좀 다급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유 부총리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해도 민주주의 훼손과는 무관하며, 시간을 다투는 일이기도 하다. ‘가계동향’과 ‘고용동향’ 등 통계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놓은 조사 결과는 유 부총리가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준다. 소득 1분위(하위20%) 가구 처분가능소득은 지난해 내내 감소했다. 이들 가구의 가구주는 고령자이거나 여성이며 실직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주로 찾는 일터인 일용직 일자리는 연간 기준 9만개 가까이 줄었다.

생존 위기에 내몰린 사람들의 손을 잡는 게 유 부총리가 당장 집중해야 할 일이다. 그런 맥락에서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1~2인 저소득 가구에 대한 관심 표명과 생계급여 확대를 언급했을 때 “그나마 다행이다”란 기대를 했다. 그러나 그 뒤에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엔 “2017년 7월까지 기초생활보장 제도 개선 방안 검토”로 나왔다. 들리는 바로는 돈 주머니를 차고 있는 예산실이 ‘올해’ 생계급여 확대에 반발했다고 한다. 당장 생존의 위기에 몰린 전국 382만가구에겐 ‘제도 개선 검토’는 한가한 소리가 아닌가.

단순 셈을 해봤다. 지난해 3분기 1분위의 월평균 소득 감소폭의 절반을 정부가 보조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6개월 보조에 대략 9천억원, 1년이면 그 두 배인 1조8천억원 정도다. 지난해 초과세수가 9조원이며, 국가채무는 한 해 전보다 절대금액이 더 줄었다는 걸 상기해주길 바란다.

유 부총리는 1년 전 취임 간담회 때 “구조개혁을 위해 백병전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대상을 바꿔 백병전을 펼치시라. 저소득 가구의 소득 지원에 장애물을 제거하는 데 야당이 반대를 하겠으며 여론이 나쁘겠는가. 필요하면 법을 바꾸고 재원이 부족하면 예비비를 끌어쓰거나 다른 예산을 전용하며, 그래도 부족하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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