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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현장에서] KT 이사회의 자가당착

등록 2017-01-31 14:51수정 2017-01-31 21:40

케이티(KT) 이사회가 31일 황창규 현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확정했다. 앞서 케이티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전원(7명)으로 짜여진 시이오(CEO)추천위원회는 황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하며 “투명하고 독립적인 기업지배구조 구축을 특별히 요구”했는데, 이를 두고 회사 안팎에서 뒷말이 많다. 이사회 스스로 제구실을 하면 자동으로 지배구조가 투명해지고 독립적이게 되는데 엉뚱하게 황 회장한테 요구하냐는 것이다.

케이티는 포스코와 함께 모범적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으로 꼽힌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 추천위를 통한 회장 선임 등 제도를 잘 갖춘 점을 높게 평가해 케이티에 5년 연속 ‘A+’등급을 부여했다.

하지만 케이티 지배구조가 무늬만큼 모범적으로 잘 작동하려면 이사회와 노조가 제기능을 해줘야 한다.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해 전횡과 사익 챙기기가 일어나지 않고 정치권 등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 통하지 않게 해야 한다. 이사회의 경우엔 제구실을 못하면 거꾸로 경영진의 전횡을 돕거나 정치권 등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통로로 전락할 수도 있다. 시이오추천위의 요구는 케이티 이사회가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스스로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황 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박 대통령의 요구로 차은택씨 측근을 고위 임원으로 영입하고, 최순실씨 소유 회사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해 물량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에 18억원을 대고, 말 관련 사업과 스키단 창단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는 아무런 구실도 하지 않았다. 미르·케이스포츠가 뭘 하는 곳인지조차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에는 정관에 근거가 없는 절차로 황 회장을 추천해 다음 정권에서 꼬투리가 잡히게 했다. 변호사인 한 사외이사는 황 회장 취임 때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변론을 맡아 구설에 올랐다. 이에 소액주주들이 황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확정한 이사회 결의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가처분 신청을 준비중이란 얘기도 들린다. 이미 케이티 새노조는 시민단체들과 함께 이사들을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견제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순간 케이티 회장은 제왕적 지위를 갖고 회사는 망가지게 된다. 그 틈을 타 외부 세력도 숟가락을 들이민다. 경영진 쪽에서는 이사회나 노조의 견제와 감시가 거추장스럽기도 하지만 외풍을 막아주는 구실도 한다. 투명하고 독립적인 지배구조 확립은 황 회장에게 요구할 게 아니라 이사회 스스로 바로서는 것으로 이뤄야 한다.” 이전에 최고경영자를 가까이서 보좌한 전 케이티 고위 임원이 사외이사들에게 특별히 전해달라는 말이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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