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에서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난 지 하루만인 6 일오전 광주 북구 용전동에서 북구청 직원들이 구제역 방역을하고있다. 광주/연합뉴스
전국 모든 농가에 백신 접종이 의무화됐는데도 구제역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가축전염병이 다시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백신 접종 소홀 등 정부의 방역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신고도 13일 만에 다시 접수됐다.
정부가 6일 오후 6시부터 7일 자정(밤 12시)까지 30시간 동안 전국적으로 이동중지 명령을 내리고, 위기단계를 두번째로 높은 ‘경계’로 격상시킨 것은 초기에 구제역을 잡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에이아이의 경우 초동 방역이 부실해 닭·오리 등 3300만마리가 살처분되는 등 역대 최악의 피해를 기록했다.
구제역은 에이아이와 달리 공기 전염이 가능해 전파력이 강한 게 특징이다. 충북 보은 젖소 농장에 이어 하루 만에 멀리 떨어진 전북 정읍 한우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의 긴장감이 고조됐다. 2010~2011년 348만마리(3748건 발생), 2014~2015년 17만마리(185건) 등 ‘구제역의 악몽’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확진 판정을 받은 충북 젖소 농장에서 나온 바이러스 종류가 현재 백신 접종이 실시되고 있는 ‘혈청형 O형’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2010~2011년 사상 최악의 구제역 피해가 난 뒤 전국 모든 농가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이 의무화됐다. 제대로 백신 접종만 이뤄졌다면 구제역 확산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농가의 백신 항체 형성률은 소 97.5%, 돼지 75.7%로 높은 편이다. 정부 통계대로라면 전체 소 가운데 97.5%는 구제역에 걸리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항체 형성률은 표본을 뽑아 측정하기 때문에 실제 농가 상황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김경규 농림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충북 보은 젖소 농가는 지난해 10월 백신 접종을 했다는 기록은 있는데 감염이 됐다”며 “뭔가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 소홀은 이전부터 지적됐던 사안이다. 2014~2015년 185건, 지난해 21건의 구제역이 발생하는 등 접종이 의무화됐지만 현장에서는 구멍이 뚫렸다. 정부도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전국에 사육 중인 소(한우·젖소) 330만마리에 대해 일제 접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접종을 하더라도 항체가 형성되려면 최소 일주일이 걸리는데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공기 전파 가능성이 있어 추가 발생 확률이 높다. 농림부 관계자도 “구제역의 산발적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북 김제시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에이아이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달 24일 이후 13일 만에 의심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해당 농가는 산란계 12만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확진 결과는 8일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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