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가운데)이 7일 오전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민관 합동 제9차 한중 통상점검회의가 시작되기 전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 강도가 거세지자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국제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우선은 양자채널을 활용한 사태 해결에 주력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제9차 한-중 통상 점검 태스크포스회의’ 뒤 한 기자간담회에서 “사드 보복 조처에 따른 우리 기업의 애로와 관련해 양국 통상부처 간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며 “일부 업종의 경우 세계무역기구 제소를 검토중인 사안은 있지만, 양국 간 협의와 기업의 요구 등 제소에 앞서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아 최종 제소 여부는 아직 확정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회의에는 관광·유통·화장품·식품·철강·자동차·석유화학 등 13개 업종별 협회 관계자와 산업부와 외교부 등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피해 현황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당정협의 뒤 이현재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도 “중국의 무역 보복에 대해 세계무역기구 제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 설명을 들어보면, 일부 업종은 지난해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이 특정 품목에 대해 취한 통상 규제와 관련해 국제 통상기구에 제소하는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국제법적 대응은 양자 협의 등이 불발됐을 때 쓸 마지막 카드로 고려하고 있다. 정부는 제소를 하려면 한국 여행 금지 등 일련의 조처들이 ‘메저’(measure·당국의 공식적 통상 조처)에 해당하는지를 판단·증명하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쪽은 “당국과는 무관하게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는 일”이라고 둘러대는 상황이다. 정부는 자유무역협정이나 세계무역기구 규범 위반이 있는지, 즉 명확히 ‘메저’에 해당하는지를 판명할 자료 수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를 본 우리 기업들이 직접 요구해야 제소를 실행할 수 있는데, 상당수 기업은 중국을 자극할까봐 그 수준까지 가는 건 아직 원치 않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는 “한-중 자유무역협정 이행위원회와 고위급 회담 등 양자채널을 통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국 쪽이 받아들이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통상 분야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안은 2000년 한-중 마늘 수입관세 분쟁과는 다르다. 사드 배치라는 안보에 관한 이슈다. 세계무역기구나 한-중 자유무역협정은 ‘안보 예외’ 조항을 통해 ‘자국의 필수적인 안보이익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조처’는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드 문제를 세계무역기구 틀로 해결할 수는 없다. 외교·안보 채널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최대 정보기술(IT)업체인 텐센트가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기로 했던 ‘텐센트 브랜드 솔루션’ 행사를 이날 갑자기 취소해 사드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텐센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챗’과 ‘웨이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법 등을 소개할 예정이었고,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베니 호 수석 이사가 직접 나설 예정이어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높았다. 텐센트는 “베니 호 이사의 개인적 사정으로 행사를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조계완 고나무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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