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이 15일 오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캠프에 참여하기로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곽정수 산업팀 선임기자 jskwak@hani.co.kr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운동에 앞장서며 ‘삼성 저격수’로 불려왔다. 많은 누리꾼은 벌써 “재벌개혁을 제대로 해달라”고 응원글을 올리고 있다. 개인적 선택을 넘어 전체 개혁진보 진영 차원의 무게감을 갖는 이유다.
지식인의 정치 참여는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김 소장의 결정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놀랐다. 그가 공식발표 하루 전 전화를 걸어와 “미리 알려줄 게 있다”며 소식을 전했을 때, 나 역시 잠시 말문이 막혔다. 평소 정치에 참여할 뜻이 없음을 수차례 밝혀왔기 때문이다. 그는 특정 정당에 속하기보다는 개혁 의지가 있으면 여야를 막론하고 그 누구라도 만나 정책자문을 해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왔다. 사실 본인만 마음먹었으면 정치 참여는 진작에 할 수 있었다. 2012년 총선 때는 복수의 야당이 동시에 상위권 비례대표 후보를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그의 결정을 문캠프가 이른바 ‘대세론’을 타고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으로 설명할 수 없는 까닭이다.
김상조는 왜 마음을 바꿔 문캠프에 참여했을까? 그는 전화통화에서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과 ‘차기 정부의 개혁 성공에 대한 책임감’이라는 두가지를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내외 경제 상황에서 다음 대통령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절박한 사명감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경제 환경이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왔다. “촛불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킨 광장의 시민들은 1987년 이상으로 고양되어 있지만(…) 1960년대 이래 30여년 동안 지속돼온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 끊기고, (…) 2008년 위기 이후 저성장과 불확실성의 뉴노멀 환경에서 ‘온탕 속 개구리’처럼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2017년 1월23일 ‘재벌개혁의 전략과 과제’에서)
하지만 현실 정치세력이 위기를 극복할 능력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조기대선이 불가피해지면서 잠룡들은 더없이 조급해졌다. 그러나 변변한 정책공약집도 만들지 못하고 인수위도 없이 출발하는 ‘준비 안 된 대통령’을 보게 될 게 뻔하다.”(2016년 12월27일 ‘87년과 97년의 갈림길에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그 어느 때보다 정권교체 가능성이 부쩍 높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있기는 야당도 마찬가지다.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려면 정확한 ‘팩트 파인딩’(사실관계 확인)이 전제돼야 하는데, 야당과 시민단체의 사고가 30년 전과 별 차이 없이 타성에 젖어 있다. 개혁을 위해서는 보수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 못지않게 진보의 혁신이 필요하다.” 김 소장은 “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져도 차기 정부가 개혁에 실패한다면 임기 5년은커녕 6개월도 못 가서 내려와야 할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김상조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2003년 참여정부에도 여러 개혁 성향의 경제학자들이 참여했다.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 이동걸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정태인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개혁 실패를 막지는 못했다.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개혁인사들이 세력을 이루지 못하고, 개인으로 파편화된 게 결정적 패인”이라고 지적한다. 개혁에 성공하려면 내부 견제세력, 보수 성향 관료, 재벌 등 반개혁세력의 저항을 이겨내야 한다. 참여정부 때 금감위 부위원장을 지낸 이동걸 동국대 초빙교수는 “개혁인사들이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포함해 하나의 팀워크를 이뤄야 하고, 대통령이 이들에게 임기 5년을 모두 맡겨서 일관성 있게 개혁을 추진해야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살리기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물론 이런 것들이 가능하려면 후보의 개혁 의지가 전제 조건이다. 김상조는 이를 어떻게 담보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