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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편집국에서] ‘안보 절벽’ 마주한 한국경제 / 박현

등록 2017-03-19 19:21수정 2017-03-19 19:35

박현
경제에디터

최근 한 외신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국제 투자자들에게 영향력이 큰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1면 머리기사(3월9일치)에서 한반도 상황을 전하면서 ‘코리아 크라이시스(위기)’라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위기’가 일상화된 나라에서 오랫동안 살아서인지 위기에 둔감해져 있었던 것 아닌가 놀란 것은 물론이고, 이 신문을 보는 외국인들이 지금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생각하니 두려움이 느껴졌다.

다른 주요 외국 매체들도 비슷하다. 요즘 미국 <시엔엔>(CNN)에선, 한반도 이슈를 중동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보다 더 비중 있게 다룬다. 이들은 한반도가 ‘위기 모드’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한다.

요즘 경제전문가들을 만나면 외교·안보 문제를 더 걱정한다. 외교·안보가 불안하면 수출은 물론이고 소비 심리에까지 악영향을 주는 탓이다. 한국 경제가 ‘고용 절벽’ ‘내수 절벽’에 이어 ‘안보 절벽’에 맞닥뜨리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과장하고 싶지는 않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에서 보듯 이를 과도하게 부각시키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탓이다. 그러나 최근 일부 보수언론의 보도처럼 ‘이 사태의 경제적 파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진단은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이다. 중립적이라 할 수 있는 국내외 민간 경제연구소들(IBK경제연구소, 크레디스위스)은 중국의 보복이 본격화하면 국내총생산(GDP)이 0.5%포인트 안팎 하락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내놨다.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이 2.5% 정도로 전망되는데, 자칫 1%대 성장률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암울한 얘기다.

최근 미·중의 행태를 보면 이런 비관적 시나리오를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G2는 지금 사드 한국 배치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자국 경제도 피해를 입을 것이 뻔한데도 한국에 대한 보복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미국도 거의 ‘필사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여기에 집착하고 있다. 미국은 2년 전만 해도 ‘동맹국(한국) 방어’에 필요하다고 주장하더니, 반대 여론이 계속되자 어느샌가 ‘주한미군 방어’를 위해 필요하다며 우리를 압박했다. 그리고 배치 시기도 ‘올해 안’에서 ‘올 상반기’로 앞당기더니, 벌써 일부 장비를 반입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 혼란기를 틈타 알박기를 하겠다는 태도다. 반미 감정을 자극할 수 있다는 걸 알 텐데도 미국은 밀어붙인다. 한반도가 아시아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강대국의 대리 전장이 된 형국이다.

이런 미·중의 대결 구도는 제로섬 성격이 강한 국제정치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안보 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안보 딜레마는 한 국가가 무기를 확장하면서 방어적이라고 강변해도 상대 국가는 위협적 행위로 받아들이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이는 상호불신을 강화해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지금 미·중의 이해에 따라 우리의 주권적 사안이 결정되고 있는데도 우리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애초에 사드 배치는 군사적 유용성이 의심받는데다 중국에까지 영향을 미쳐 충분한 공론 과정이 필요한 사안이었는데도 박근혜 정권에 의해 졸속으로 결정됐다. 지금 중국 태도로 보건대, 이 문제로 인해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자칫 ‘준적대적 관계’로 돌변할 수 있는 폭발성도 안고 있다. 한국 최대 무역상대국인 중국의 소비자들이 우리에게 가질 악감정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런 논쟁적이고도 국가의 운명에 큰 영향을 끼치는 사안은 당연히 국회 비준을 거쳐야 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사드 배치에 관한 추가적인 조처를 여기서 중단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새 정부에 모든 결정권을 넘겨야 한다.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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